현대차그룹이 세계 3대 완성차 주요 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중국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내수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데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끊이지 않으면서다.
올해로 중국 시장 진출 20주년을 맞은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를 앞세워 중국에서의 오랜 부진을 끊어내겠다는 계획이다.
29일 현대차 IR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2분기 중국 시장에서 3만7000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전년 동기보다 60.9% 줄어든 수치다. 이 기간 기아의 중국 판매량도 1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9.3% 급감했다.
같은 기간 북미 시장에선 판매량이 6.6%, 유럽 시장에선 2.9%, 신흥 시장인 인도에선 17.7% 판매가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은 현재의 시장 상황 변화아를 인지하고 전반적인 제품 라인업을 재정비하는 중이어서 그 여파로 판매량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태식 현대차 IR팀장은 최근 실적 발표 이후 열린 전화회의(컨퍼런스콜)에서 "2분기에는 반도체 수급 불균형으로 도·소매 판매가 지난해 대비 감소한 모습"이라며 "점진적 생산 확대로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판매는 증가세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2002년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현대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미국 자동차 업체의 공백, 일본 도요타 리콜 사태 등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급성장했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 중국 시장에서 180만대를 판매할 정도로 잘 나갔다.
그러나 2017년 중국이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설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한령'을 본격화하며 판매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중국 시장 판매량은 약 50만대(현대차 35만1000대·기아 12만7000대)로 정점을 찍었던 2016년 판매량 대비 약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현대차는 중국 판매가 2016년 사드 보복을 기점으로 급감하자 베이징 1공장을 매각했다. 중국 인력도 2016년 1만9447명에서 지난해 1만741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
현대차의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의 지난 6월 시장점유율은 0.8%로 전년 대비 1.2%포인트 떨어졌다. 베이징현대는 현대차의 해외시장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법인이다.
현대차그룹 부진은 중국 소비자들의 '애국 소비'도 한몫했다.
중국 업체의 자국 시장 점유율은 올 1분기 기준 50%를 넘어섰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내수 판매를 바탕으로 올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5배 증가하며 세계 전기차 판매 2위로 올라섰다.
이런 상황에도 현대차그룹이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인 중국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업계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이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과 차별화 포인트로 천명한 것이 신흥 시장에서의 성공"이라며 "어떠한 방식으로든 활로를 뚫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판매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와 베이징차는 합작사인 베이징현대의 증자에 연내 60억위안(약 1조1400억원)을 투입한다.
합작법인은 2023년 2개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현대차 아이오닉과 넥쏘 모델을 도입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에서 2025년 연간 52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아는 전용 전기차 EV6를 시작으로 매년 전기차 신차를 출시해 중국에서 오는 2027년까지 6종의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기아의 올해 중국 시장 목표 판매량은 18만5000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