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 창업주 "내 삶은 실패로 가득했다"…296억 기부한 사연 [정지은의 산업노트]

입력 2022-07-29 08:31
수정 2022-07-29 14:03

“스스로의 아이디어에 믿음을 가지세요. 습관적으로 반대만 하는 이들의 말은 과감히 무시하세요.”

영국 다이슨 창업주인 제임스 다이슨 수석 엔지니어(75)는 최근 영국 노퍽주 홀트 그레샴스학교에서 열린 ‘다이슨 융합교육센터(STEAM) 개관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성공을 위한 키워드로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제시했다. 다이슨 창업주는 “과학과 공학, 예술적 소양에 아이디어, 창의력을 더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천재성은 천부적인 게 아니다”다이슨 융합교육센터는 다이슨 창업주가 아내인 데어드레 다이슨과 함께 총 1875만파운드(약 296억2900만원)를 그레샴스학교에 기부해 설립한 교육 공간이다.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 등의 융합 교육을 실시하는 곳이다. 로봇 공학, 인공지능(AI), 프로그래밍, 머신 러닝 교육 등이 가능하도록 최첨단 기술 장비를 갖췄다.

다이슨 창업주는 “다이슨 융합교육센터에서 많은 분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키워가길 바란다”며 “아이디어를 실현하기까지 어려움이 많겠지만 그 여정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말했다.

실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그는 “내 삶은 실패로 가득했다”며 “계속해서 실험해보고 실패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패는 문제를 살펴보고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며 “사람들이 ‘잘못된 방향’이라고 하는 지점에서 다른 각도로 시작해보라”고 덧붙였다.

다이슨은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1993년), 날개 없는 선풍기(2009년), 속이 뚫린 헤어드라이기(2016년) 등 ‘세상에 없던’ 제품으로 승부를 본 기업으로 꼽힌다. 이처럼 성공에 이르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이슨 창업주는 “흔히들 천재성을 천부적인 것으로 묘사하지만 현실에선 그런 사례를 보기 어렵다”며 “성공하려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의지력과 집중력, 체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남들과 달라져야 한다”며 “자신의 매력을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9살 때 아버지 별세…“나를 키워준 학교”다이슨 창업주가 그레샴스학교에 다이슨 융합교육센터 설립을 위한 기부를 결정한 사연도 이날 공개됐다. 그는 “제가 9살, 형이 11살이던 1946년 이 학교 재학 중 아버지가 인후암과 폐암으로 돌아가셨다”며 “생명보험도 없던 시절이어서 학비 마련은 꿈도 못 꿨다”고 회상했다. 당시 이 학교의 로지 브루스 록허스트 교장은 다이슨 창업주 형제에게 무상으로 학교에 다니도록 지원해줬다는 후문이다. 다이슨 창업주의 아버지는 이 학교 고전학 교사이기도 했다.


다이슨 창업주는 “나를 키워준 이 학교에 무엇인가를 돌려줄 수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참전 군인이자 그레샴스학교 선생님이었던 아버지에게’라는 문구를 새긴 명판을 다이슨 융합교육센터에 헌정하기도 했다.

그는 “학문 간 경계를 없애고 융합적인 교육이 시행되다 보면 미래를 향한 진보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호기심을 갖고 항상 배우려는 자세로 임하면 여러 아이디어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