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귀한 아보카도가 어쩌다…'한 개 900원' 찬밥 신세

입력 2022-07-28 13:20
수정 2022-07-28 14:17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과일값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호주 농가에선 아보카도 공급량이 급증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초과공급으로 인해 아보카도 판매가격이 급락하고 있어서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호주에서 아보카도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져 판매가격이 곤두박칠쳤다고 보도했다. 현재 호주에선 아보카도 1개가 1호주달러(약 911원)에 거래되고 있다. 양배추 한 통 가격의 10%에 불과하다. 지난 5년 동안 호주에서 판매된 과일 평균 가격의 절반도 못 미친다.

판매가가 원가를 밑돌자 아보카도를 폐기하는 농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호주 퀸즐랜드 주의 한 쓰레기 폐기장에 갓 수확한 아보카도가 무더기로 버려져 논란이 일었다. 호주 아보카도 농가협회인 아보카도 오스트렐리아 짐 코치 회장은 “아보카도를 포장하고 운송하는 비용이 판매가격보다 비싸다”며 “농부들이 아보카도를 비료로 가공하려 해도 시설이 부족해 버리는 일이 다반사다”라고 설명했다.


호주의 아보카도 수요가 부족한 건 아니다. 네덜란드의 투자은행(IB) 라보뱅크의 애널리스트 피아 피고트는 올해 호주 국민 1인당 아보카도 섭취량은 5㎏을 넘길 거라고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26% 증가한 수치다. 호주 국민들이 올해 총 13만t을 섭취할 거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아보카도 공급이 수요를 앞서는 상황이다. 호주의 전통적인 아침 메뉴였던 토스트와 아보카도가 세계로 퍼지며 인기를 끌었다. 농가에선 아보카도 열풍에 맞춰 경쟁적으로 파종했다. 라보뱅크는 매년 호주의 아보카도 생산량이 증대해서 2026년에는 17만 3000t에 달할 거라고 전망했다.

초과 공급 사태가 이어지자 호주 농가는 판매처를 다각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호주산 아보카도 대부분이 내수용으로 판매됐다. 지난해 호주에서 생산된 아보카도 중 4%인 3100t이 수출됐다. 아보카도 오스트렐리아의 무역담당자인 존 티아스는 “호주 농가가 아보카도 일본 등 해외 판매처를 확대해야 한다”며 “현재 영국과 인도 등과 수출 협상을 벌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