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기업이 물적 분할할 때 이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 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 공약에 포함돼 논란을 빚은 신주인수권 배정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 같은 내용의 업무보고 자료를 제출했다. 김 위원장은 “경제 성장의 과실이 투자자인 국민에게 공정하게 분배될 수 있는 자본시장이 필요하다”며 “새 정부의 자본시장 분야 국정과제도 투자자 보호와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통해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김 위원장은 우선 물적 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할 때 소액 주주를 보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물적 분할 자회사의 상장심사를 강화해 모회사의 주주 보호 노력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상장을 제한하고 반대 주주에게는 주식매수 청구권을 줄 계획이다.
논란이 됐던 신주인수권 배정 내용은 이날 보고에서 빠졌다. 신주인수권 배정은 모회사 주주가 상장될 자회사 주식을 우선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자본시장법 상법 등을 고쳐야 하는 사안인데도 이날 보고에서 제외된 데 대해 금융위가 사실상 추진 의사를 접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반대 의견이 너무 많고 다소 모험적인 제도여서 가까운 시일 안에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대부분의 유관기관은 공모주 물량 축소에 따른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와 자회사 주식을 받기 위한 투기적 수요 위험 등을 이유로 제도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물적분할 '신주인수권' 도입은 빠져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내부자 거래를 막기 위해 인수합병(M&A)으로 경영권이 바뀔 때 피인수회사의 소액 주주에게 보유 주식 매각 권리를 부여하고 주식 상장 폐지 결정 시 시가총액이나 매출액, 손실 기준에 따라 자동 상폐 대상이 되는 종목에 대해서도 앞으로 이의신청 기회를 주기로 했다. 아울러 사업보고서 제출 의무 위반 등으로 관리종목 지정 없이 상폐로 직행하도록 한 현행 규정도 개선해 반드시 관리종목 지정을 거치도록 할 계획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김 위원장과 함께 출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게는 국내 시중은행의 불법 해외 송금 사건 관련 질의가 쏟아졌다. 이 원장은 “(해외 송금 과정에서의) 불법성이 명확해 보인다”며 “(최초 유출이 확인된) 우리·신한은행은 물론 전체 은행권에 자체 조사를 요청했고 금감원에서도 검사 범위를 계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감독시스템에서도 왜 누락됐는지 개선 방안을 마련해 보고하겠다”고 했다.
이 원장은 (우리·신한은행 외에) 추가로 이상 해외 송금 정황을 보고한 은행이 있느냐는 질문에 “여러 시중은행에서 유사한 형태의 거래가 다발적으로 발생했다”고 답했다. 다만 국가정보원에서 수사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데 대해선 최대한 말을 아꼈다. 그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과 업무 협조를 진행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피한 채 “유관기관과 협조하고 있다”고만 했다. 이어 해외 송금액이 북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에 대해 국정원이 조사하고 있느냐고 묻자 “해외 유출 이후 단계에 대해선 검사·조사 권한이 없어 직접 쳐다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호기/성상훈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