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정치, 팬덤정치와 결별하는 결단도 필요합니다. 소수의 극단에 끌려다니는 정치는 정당과 국민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핵심 원인입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28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야에 협치를 위한 변화를 당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의장은 더불어민주당에서 5선을 한 중도·온건 성향 정치인이다. 지난 4일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김 의장의 ‘진영·팬덤정치와 결별’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협치보단 지지세 결집에 골몰한다는 평가를 받는 여야의 정치 지도자들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여소야대’ 정국에 대해 김 의장은 “양당이 모두 생소한 환경에 직면했다”며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우선 여당인 국민의힘에는 “야당 시절의 모습을 버리고 속히 ‘소수 여당’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으라”고 주문했다. 야당이 된 ‘친정’ 민주당에 대해선 “국민은 정부 견제에 집중하는 일반적인 야당 그 이상의 책임을 요구한다”며 “절제의 미덕을 발휘하는 성숙한 야당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했다.
김 의장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여야가 모두 합의할 수 있고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대통령 4년 중임제나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국회로 옮기는 방안 등은 여야가 합의해 먼저 개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 의장은 다음달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찬 회동에서 개헌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개헌을 포함해 모든 정책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에는 “(향후 개헌을 쉽게 하는) ‘연성헌법’으로 가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했다. 김 의장은 “지금은 국민투표 등 절차가 복잡하다 보니 개헌이 모든 정치적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다”며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하면 개헌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로 원 구성이 장기간 지연되는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절차적 해결’을 강조했다. 김 의장은 “상임위 구성의 원칙과 절차를 국회법 내에서 제도적으로 마련해 (회기 시작 후) 1~2주 내에는 원 구성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여야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내 국회선진화소위에서 우선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상설화 등 국회의 예산심사 기능 강화를 추진할 뜻도 밝혔다. 김 의장은 “예산 편성 단계에서부터 각 상임위와 예결위가 국회 차원의 의견을 미리 정부에 주고, 정부는 그것을 참고해 예산을 편성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