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거래소…바이오 IPO 꽉 막혔다

입력 2022-07-28 17:49
수정 2022-07-29 00:23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바이오 기업에 닥친 한파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게임 체인저’로 기대를 모았던 바이오 기업들도 한국거래소 심사 문턱에 막히거나 공모 흥행에 실패하고 있다. 예비 IPO 기업들 역시 시장 분위기를 살피며 공모 전략을 재수립하고 있다. 이어지는 상장 철회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기업인 이뮨메드는 지난 27일 코스닥시장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작년 11월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한 지 약 7개월 만이다. 이뮨메드는 항바이러스 단백질 ‘hzVSF’를 활용해 B형 간염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다. 해당 후보물질로 코로나19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상장 추진 당시 IPO 기업가치가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기업이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 단계에서는 약 37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얼어붙은 바이오 투자 심리를 되돌릴 IPO 후보로 꼽혔지만 결국 무산됐다.

바이오 기업의 IPO 시도는 거래소 심사 단계에서부터 번번이 막히고 있다. 1월 한국의약연구소, 2월 퓨쳐메디신에 이어 6월 넥스트바이오메디컬도 상장 철회를 선택했다. 상장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디앤디파마텍은 7월 심사 미승인 결과를 받았다. 디앤디파마텍은 4월 미승인 통보를 받은 이후에도 상장 철회를 선택하지 않고 시장위원회 심사를 받았지만, 결국 미승인을 받았다.

올 들어 거래소는 바이오 기업 IPO 심사 잣대를 대폭 강화했다. 신약 후보 물질의 임상 2상 결과 또는 기술이전 성과, 사업성 등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년간 많은 바이오 IPO 기업이 특례 상장 제도를 활용해 증시에 입성했지만 실제로 시장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낸 곳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에선 거래소 심사 잣대가 갑자기 너무 강화된 게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오롱티슈진과 신라젠 등 대형 바이오 기업이 연이어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자 기업의 계속성 요건을 중심으로 거래소의 심사가 더욱 깐깐해졌다”며 “많은 곳이 상장 예비 심사 과정에서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받고 있는데 너무 지나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IPO 준비 기업들 노심초사지아이이노베이션 바이오노트 등 연내 상장을 추진하는 대형 바이오 IPO 기업도 상장 예비 심사 통과를 낙관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4월 코스닥시장 상장 예심을, 바이오노트는 6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심을 청구했다. 두 회사 모두 시장에서 조 단위 기업가치로 평가됐던 대어급이다.

가까스로 거래소 문턱을 통과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보로노이 에이프릴바이오 등 올해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은 모두 공모 과정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처음 제시했던 공모가 희망 범위의 최하단 또는 그보다 낮은 가격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바이오 기업을 향한 싸늘한 분위기가 지속되자 상장 예심을 통과한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샤페론과 알피바이오, 선바이오 등은 상반기에 상장 예심을 통과했지만 2개월 넘게 시장 상황을 살피며 증권신고서 제출 시기를 재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IPO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되지 않아 주관사와 논의해 증권신고서 제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며 “기술이전이나 임상시험 성공 등 투자자에게 내세울 만한 이벤트를 만들어 등판하는 게 그나마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