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의 크기와 성장 속도를 주목했고, 그 안에서 니치(틈새)를 찾았어요. 저희는 여러 가지 흩어져 있는 커머스 데이터를 가공해서 보여주고, 인사이트를 추출하고 있죠. 앞으로는 저희가 직접 상품도 만들고, 투자도 하고 그러려고 합니다."
이커머스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아이템스카우트’를 운영하는 최경준 문리버 대표(34)의 말이다. 그는 2020년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자 관련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아이템스카우트는 네이버쇼핑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온라인에서 어떤 상품이 잘 팔리는지, 소비자들이 어떤 상품에 관심이 많은지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런 데이터를 누구에게 판매할 수 있을까. 최 대표의 답은 이렇다. "데이터를 원하시는 분들은 다양하죠. 소상공인부터 부업하시는 분도 있고, 대기업도 있어요. 다들 요즘에 어떤 제품이 잘 팔리는지 이런 걸 알고 싶어 하니까요. 저희는 '이커머스계의 네이버나 구글' 같은 회사가 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저희 사이트에서 '마사지건'이라는 키워드를 치면 이 상품에 대한 모든 것이 다 나와요. 검색 추이, 상품 수 추이 등등 말이죠. 만약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이런 데이터를 찾으려면 하루 종일 걸릴 거고, 못 찾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템스카우트는 소비자들의 검색 추이, 리뷰 수나 클릭 수 등의 데이터로 판매량 등도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예컨대 리뷰나 클릭이 이 정도였으면 보통 이 정도 판매되더라, 그런 것을 알고 있는 거죠. 네이버쇼핑뿐만 아니라 쿠팡 카카오 G마켓 이런 데이터들을 다 갖고 와서 분석하죠. 다른 사람들은 상품을 어떻게 팔고 있는지 등등도 분석할 수 있고요." "골프 시장 커질 것, 미리 알았다"아이템스카우트는 단순히 데이터 제공을 넘어 상품 판매 시장에도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최 대표는 회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지표를 소개했다. "이걸 한번 보세요. 저희 연구 결과물 중 하나인데 이 보라색 선이 '골프' 시장을 보여주는 거예요. 지난 5년간 추이거든요. 2020년 3월부터 위로 튀기 시작하죠. 그런데 만약에 2020년 3월에 '이제 골프 대박 날 거야'라고 했으면 아무도 안 믿었겠죠. 하지만 저희 지표는 이미 이걸 알아차리고 있었죠."
최 대표는 "골프존 주가가 당시 3만원대에서 최고 18만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며 "이런 지수를 통해 우리가 여러 시장을 모니터링해서 뜨는 시장에 미리 진입하고, 상품 만들고,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대기업 등에 관련 데이터를 판매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염색 샴푸' 시장에 대한 데이터도 보여줬다. "모다모다 아시죠? 2019년 말에 염색 샴푸가 저희 수치로 튀었고요. 2020년 초, 2021년 5월 이렇게 세 군데에서 시그널이 나왔어요. 최근에는 아모레퍼시픽이랑 LG생활건강 등이 진입하기 시작해서 상품 수도 많이 늘어났죠. 이런 시기에 시그널을 딱 알고 있으면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겠죠."
아이템스카우트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 검색이 많이 늘어나거나 하면 곧바로 알림이 오게끔 설정해 놓는다. 이런 데이터로 기본적인 정량 분석을 한다. 또 여기에 데이터 애널리스트들이 정성 분석을 더한다. "가끔 방송 같은 데 나와서 일회성으로 수치가 튀는 경우가 있죠. 저희가 이 지표가 일회성인지 아닌지를 판단해 분석하는 거죠. 저거 노란색 보세요. '요소수'예요. 요소수 대란이 있었죠. 이건 명확히 일회성이에요. 문제가 해결되면 끝나는 거죠."
아이템스카우트는 자체적으로 상품 성장률 지표도 개발했다. "이 상품 키워드가 전년 대비 올해 얼마나 더 많이 검색되고 있는가, 그리고 과거 3년, 5년 등의 추이를 봤을 때 어떤 변화가 있느냐 등을 판단하는 거죠. 보통 투자하시는 분들은 시장이 성장하는지를 많이 보는데 이커머스 하시는 분들은 지금 내가 있는 이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지를 잘 모르고 그냥 '핫한' 것만 보는 경우가 많죠. 이런 데이터는 몇년치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저희가 창업 초기부터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데이터를 쌓았죠. 모방이 쉽지 않은 모델입니다." "이커머스 파이낸싱 하우스 될 것"최 대표는 아이템스카우트가 궁극적으로 '데이터 기반의 이커머스 파이낸싱 하우스'가 되고 싶다고 했다. "무슨 말이냐 하면 파이낸싱이면 모든 자금과 관련된 일이겠죠. 이 회사가 잘 될 것 같고 이 업계가 잘 될 것 같으면 이 회사한테 대출을 해줘도 되고요, 투자를 해도 되고요, 인수해도 되겠죠. 그런데 저희가 자기 자본으로 하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 펀드를 구성해서 할 수도 있고요. 투자회사 같은 걸 세울 수도 있겠죠. 우선은 직접 상품 사업을 좀 해본 뒤 검증이 되면 펀딩을 좀 크게 하려고 합니다."
아이템스카우트는 데이터를 네이버쇼핑 등에서 주로 가져온다. 그래서 '크롤링' 관련 논란은 없는지 물어봤다. 최 대표는 "그동안 네이버와 관계를 잘 다져왔고, 관련된 문제가 발생한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아이템스카우트는 최근 직원 채용도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제가 보여드린 게 다 개발자가 해야 되는 거예요. 요즘 스타트업 채용이 쉽지 않지만 저희도 적극적으로 직원을 뽑고 있죠. 제가 직접 소개팅도 해줄 정도입니다. 하하."
최 대표는 국내에서 창업하기 전 주로 해외 자본시장에서 일했다. 베이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글로벌 사모펀드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베이징, 싱가포르, 홍콩 등지에서 일했다.
2012년 한국에 들어와 군 생활을 마쳤고, 이후 블록체인 투자 붐이 일던 2017년 암호화폐 거래소 ‘지닉스’와 블록체인 미디어 서비스 ‘코인니스’를 설립했다. 하지만 거래소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직전인 2018년 금융당국의 제재에 회사 문을 닫아야 했다. 코인니스는 다른 경영진에 운영을 맡겼고, 현재도 사업이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최 대표는 코인니스에 주주로만 남은 상태다.
아이템스카우트는 지금까지 누적 투자 19억원을 받았다. 시리즈A 단계에서 카카오벤처스, 스파크랩스, 디캠프, DSC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시리즈A 투자 당시 기업가치는 16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최근 두 배가량 밸류를 높여 브릿지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최 대표는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시기가 오면 투자를 더 늘릴 필요가 있는 순간이 올 것"이라며 "그때쯤이면 회사 가치도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