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계속된 달러 초강세의 동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 맞서 자금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속속 금리를 올리고 있는 데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부터는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달러는 최근 주요국 통화 대비 초강세를 보였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달러 대비 유로 가치는 이달 들어 연초 대비 10% 하락했다. 같은 기간 엔화 가치는 18.8% 떨어졌다.
신흥시장 국가들은 달러 강세에 따른 국제 자금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달러 강세는 미국 기업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출 기업들은 해외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다국적 기업들은 환차손이 커지고 있다. 달러 강세가 지나쳐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달러 강세가 앞으로 계속되기엔 시장 상황이 복잡해졌다고 FT는 분석했다. 먼저 한국을 포함해 캐나다, 필리핀, 싱가포르, 뉴질랜드 등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21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11년 만에 기준금리를 0%에서 0.5%로 끌어올렸다.
미국에서는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하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FT는 “그간 달러 가치가 오른 이유는 미국 경제가 계속 확장될 것이란 낙관 하에 Fed가 계속해서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경기침체 국면에서도 Fed가 긴축을 고수할 것이라고 보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Fed의 금리 인상으로 경기침체가 깊어지면 통화정책이 예상보다 빨리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지난 25일 “Fed가 올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이어간 뒤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Fed가 연내 금리를 3.3% 수준까지 끌어올린 뒤 내년 6월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2024년 2~3분기 중 기준금리가 2.5%까지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달 14일 3.4%를 돌파했던 10년 만기 미국 국채의 금리는 26일 2.803%까지 떨어졌다. 투자자들이 지난달과 달리 장기적인 금리 인상 전망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