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대출금리가 치솟는 와중에도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을 연 5% 이하 금리로 받아 간 비중은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신용자의 카드론 이용이 상대적으로 늘었다는 뜻이다. 서민의 대표적인 급전 창구로 꼽히는 카드론 문턱이 높아지면서 중저신용자들이 ‘대출 절벽’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3월 기준 신한 삼성 국민 현대 롯데 우리 하나 등 7개 전업 카드사에서 신규 취급한 카드론 중 금리 연 5% 이하 금액 비중은 1.1%로 집계됐다. 작년 말 0.4~0.5%에서 두 배 넘게 뛰었다. 카드론 평균 금리가 연 12~13% 안팎인 점을 고려할 때 연 5% 이하 금리로 카드론을 받은 비중이 늘었다는 것은 고신용자의 카드론 이용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만 해도 금리 연 5% 이하 카드론 비중은 0.1% 안팎에 그쳤다. 이후 세계적으로 초저금리가 본격화하면서 비중이 한때 2.1%까지 뛰었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자 저금리 카드론도 자연스레 줄었다. 그런데 올 들어서는 시장금리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는데도 저금리 카드론의 취급 비중이 오히려 늘었다. 카드론보다 금리가 더 높은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도 금리 연 10% 이하 신규 취급 비중이 작년 말 1.3%에서 올 3월 2.6%로 뛰는 ‘역주행’을 보였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금융회사는 자산 건전성 관리를 더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으로 역마진을 감수하고라도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고신용자 대출을 늘릴 유인이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7개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지난달 연 12.92%로 한 달 새 0.05%포인트 내려갔다. 카드사의 대출원가 격인 조달금리가 같은 기간 0.53%포인트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카드론 문턱마저 높아지면서 저신용자의 대출길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4곳 이상의 금융사에 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자는 새 카드론을 아예 받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카드업계와 논의 중이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대출 부실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지만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라도 돈을 빌려야 하는 저신용 실수요자가 불법 사금융에 몰릴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돈을 빌리기 더 어려워진 저신용자 절반 이상은 불법 대부업체임을 알고도 돈을 빌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