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국산 신약·백신 개발을 위해 5000억원 규모 메가펀드를 조성한다. 디지털 의료기기 등은 사용 심사 기간을 390일에서 80일로 줄여 상용화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경기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제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면서 “바이오헬스 산업을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산 신약과 백신 개발을 위한 펀드 조성 계획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기업들이 블록버스터 신약과 백신 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바이오헬스 연구개발과 원활한 투자를 위해 획기적으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K-바이오·백신 펀드는 올해 5000억원으로 시작해 추후 1조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와 국책은행이 1000억원씩 2000억원을 지원하고, 국내외 민간 투자금 3000억원을 확보한다. 다음달 운용사 공모 절차에 들어간다. 이와 별개로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3개 부처가 2030년까지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2조2000억원(국비 1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국산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한 기업은 지난해 기준 1477곳이다. 돈이 많이 드는 후기 임상시험 부담을 덜기 위해 해외 제약사 등에 기술 수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작년 기술 수출 거래금액은 13조원이다. 각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규정 탓에 3상 단계 후보물질엔 연구개발(R&D) 자금을 직접 지원할 수 없다. 이런 제약을 고려해 정부는 투트랙 지원책을 마련했다. K-바이오·백신 펀드의 60%는 후기 임상시험 등에 진입한 후보물질에 투입할 계획이다. 상업화 자금줄을 만들어줘 국산 신약 성공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은 2026년까지 13조원에 이르는 민간투자를 약속했다. 이들에 대한 인허가 지원도 확대한다. 대기업의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 세제공제율은 기존 6%에서 중견기업 수준인 8%로 높이기로 했다.
복지부는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혁신 의료기기 허가 기간을 대폭 단축하기로 했다. 사용 승인 후 건강보험 진입 심사 없이 바로 의료 현장에서 비급여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산업 특성에 맞춘 규제 샌드박스를 신설하고 빅데이터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화 작업을 시작한다. 의료데이터를 모은 건강정보 고속도로도 구축하기로 했다. 2025년부터 한국형 바이오 생산공정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시작해 5년간 1만7000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이지현/김인엽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