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두배 뛴 부동산 PF, 증권사 골칫덩이 되나

입력 2022-07-27 16:40
수정 2022-07-27 16:44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올 1분기 PF 대출 연체율이 작년 말 대비 2배가량 늘어나면서 자산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27일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증권사들의 PF 대출 연체율은 6.2%로 지난해 말 3.1% 대비 3.1%포인트 증가했다. PF 대출 연체 금액도 작년 말 1232억원에서 올해 1분기 1985억원으로 753억원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 인천, 전남 지역 연체금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인천은 지난해 말 56억원에서 올 1분기 352억원으로 5배 이상 불어났다. 경기는 지난해 말 170억원에서 332억원으로 95.2% 증가했으며, 전남 역시 작년 말 135억원에서 1분기 272억원으로 2배가량 늘었다.

부동산PF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평가해 대출을 취급하고 사업이 진행되면서 얻어지는 수익금으로 자금을 되돌려 받는 대출이다. 부동산 상승과 저금리 기조를 타고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대출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으며 사업 규모를 키워왔다.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PF 채무보증 비율은 2020년 말 32.6%에서 지난해 말 35.2%로 2.6%포인트 상승했다.

일부 중소 증권사들은 올해 증시가 침체되자 부동산 PF로 수익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금 조달 비용 상승,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부동산 PF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금리가 뛰면서 신규로 진행하고 있는 딜이 크게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리스크 관리를 최근 더 엄격히 하고 있다"고 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PF 연체율 증가가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상당한 재무건전성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중소형 증권사들은 위험도가 높은 후순위 대출 비중이 대형사 대비 높아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출 연체가 생기더라도 증권사가 물권을 회수하는 등의 방안이 있어 위험도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됐다면 물권을 회수해 미상환 금액을 갚으면 된다"며 "PF 위험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신규 사업은 실사 절차도 더욱 엄격히 해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