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미국 현지에 반도체·배터리 공장을 짓는 등 290억달러(약 38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등 기존에 공개한 70억달러(약 9조2000억원) 투자 계획 외 220억달러(약 28조8000억원)를 추가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백악관은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간 화상면담을 앞두고 열린 브리핑에서 SK그룹의 이 같은 투자계획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최 회장은 이날 오후 2시(한국시간 27일 오전 3시) 화상을 통해 미국 제조업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SK그룹의 투자와 관련해 면담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이번 회의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제조업 성장, 새로운 고임금 일자리 창출, 기후 위기에 대응할 기술 개발, 인기 투자처로서 미국이 지닌 장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위해 ‘칩4 동맹’에 한국의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SK그룹은 세부적인 투자계획은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면담이 끝난 직후 투자계획 등이 담긴 면담 결과를 곧바로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추가 투자 규모가 기존 금액 대비 세 배가량에 달한다는 점에 비춰볼 때 SK그룹이 미국에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라인을 신설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SK그룹의 반도체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아직 미국엔 반도체 생산거점이 없다. 美 출장 최태원 회장, 바이든 대통령과 27일 화상 면담
SK그룹의 미국내 투자 논의…반도체·배터리·친환경에너지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의 면담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전격적으로 성사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조업 투자를 유치해 신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시장 진출 확대를 통해 반도체·배터리 분야 경쟁력을 높이려는 최 회장의 구상이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과 최 회장의 면담은 화상회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워싱턴DC에 머물고 있는 최 회장은 백악관 사무실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회의를 열 예정이다. 화상회의에는 지나 레이몬도 상무부 장관도 배석한다. SK 측에서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유정준 SK E&S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가 배석할 예정이다. 최 회장이 미국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국내 주요 기업인 중 미국 현지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는 건 최 회장이 처음이다.
SK그룹에 따르면 미국 출장 중인 최 회장은 이번 방미를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해 왔다. 두 사람은 직접 만날 예정이었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화상 면담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최 회장과의 직접 만남이 무산돼 아쉬움을 표하면서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바이든 대통령과 최 회장의 면담에서 오갈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화상회의에서 반도체가 핵심 안건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내 반도체산업에 520억달러(약 68조원)를 투자하는 반도체산업 육성 법안 처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내 반도체 제조공장을 짓는 기업은 자금 지원과 함께 생산설비 투자세액 공제 및 인력 교육 등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바이든 대통령이 원하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요구에 화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 회장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반도체와 배터리뿐 아니라 친환경 에너지, 수소 산업 및 바이오 분야의 투자계획을 밝힐지도 주목된다. SK그룹은 지난 5월 미래 성장동력인 반도체(chip)와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등 이른바 ‘BBC’ 분야를 중심으로 2026년까지 247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강경민 기자/워싱턴=정인설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