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최근 내놓은 세제개편안에 대한 야당과 일부 언론의 비판이 도를 넘고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25%→22%) 및 과세표준 구간 축소, 소득세 과표 조정,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 등을 골자로 한 개편안에 대해 ‘부자 감세’라는 근거 없는 프레임을 씌워 ‘보수 정권은 재벌과 부자 편’이라고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당권 주자인 이재명 의원은 그제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해 “슈퍼리치와 초(超)대기업에 대한 감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과연 그런가. 전임 문재인 정부가 25%로 올린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낮추는 것은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민간주도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최고 법인세율은 평균 21.2%로 한국(25%)보다 낮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도 OECD 평균 3.0%로 한국(4.3%)보다 낮은 수준이다.
법인세율을 낮춘다고 해서 늘어난 기업 이윤이 투자 증대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기업의 세 부담을 줄임으로써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민간 부문의 활력이 증대되고 일자리를 비롯해 나눠 먹을 파이가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미국 조지아 주가 55억달러를 들여 전기자동차 전용 생산라인과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현대자동차에 총투자금액의 3분의 1가량인 18억달러를 각종 세제 혜택 등으로 돌려주기로 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부자 감세 프레임은 야당만 씌우는 게 아니다. KBS, MBC 등 지상파 TV를 비롯해 라디오방송의 시사 프로그램까지 이번 세제 개편이 부자들 배만 불린다고 오도하고 있다. KBS는 그제와 어제 ‘부자 감세 아니라지만…세제개편안 불만 지속’이라는 뉴스를 내보냈다. 서민과 중산층의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개편안의 취지와 달리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많고, 급여가 높거나 주택이 많을수록 혜택이 큰 부자 감세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예컨대 연봉 5000만원인 경우 감세액이 월 1만4000원 정도인데 1억원인 직장인은 4만5000원 줄게 돼 납세자의 절대 다수인 중·저소득자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혜택을 보게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이 수치들만 보면 그럴싸하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기가 막힌다. 이번 개편안은 총 8개의 소득 구간 중 6%(1400만원 이하)와 15%(1400만원 초과~5000만원 이하)의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구간을 늘렸다. 반면 24~45%의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구간은 거의 손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연봉 3000만원(과표 1400만원)인 직장인의 소득세는 30만원에서 22만원으로 8만원(27.0%) 줄고, 연봉 7800만원(과표 5000만원)인 경우 530만원에서 476만원으로 54만원(5.9%) 줄어든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연봉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아 소득세를 월등히 많이 낸다. 그러니 감세액만 가지고 부자 감세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미 소득분위 50% 이하에서는 소득세를 거의 내지 않고 있는데, 이를 확대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교묘히 여론을 조작하고 편을 가르는 프레임 씌우기다. 가난이 죄가 아니듯 부유함도 죄가 아니다. 연봉 1억원인 직장인이 956만원의 소득세를 내면서 ‘부자니까 더 많이 깎아준다’는 소리를 들을 이유가 있는가.
감세 자체의 적절성이나 유효성을 비판한다면 몰라도 부자 감세라고 몰아붙이는 건 정치적 허구다. 상습적이며 의도가 불순한 부자 감세 프레임은 이제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