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단지 8곳, 지난달 1건도 거래 안됐다

입력 2022-07-26 17:32
수정 2022-07-27 00:42

전국적으로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서울 지역의 3000가구 이상 대단지 넷 중 하나는 지난달 거래량이 ‘제로(0)’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수자는 금리 인상과 집값 고점 인식으로 관망세를 보이고, 다주택자 등 매도자는 보유세 인하 기대에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역대 최악의 거래 가뭄을 겪고 있다. 일반 매매시장에서 거래가 힘들어지자 지난달부터 경매 진행 건수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 가뭄 역대 최악 26일 한국경제신문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서울 지역 3000가구 이상 대단지를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 33개 단지 가운데 8곳은 6월 거래량이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단지 네 곳 중 한 곳은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아직 신고일(계약 후 30일 이내)이 5일 정도 남아 있지만 거래량은 한두 건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다.

거래 건수 ‘제로’ 단지로는 총 5540가구가 넘는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이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5월 거래량도 3건에 불과했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4932가구),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4424가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3658가구), 성동구 행당동 ‘행당대림’(3404가구) 등도 6월 거래량이 전무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프레지던스자이’(3375가구), 강동구 암사동 ‘강동롯데캐슬퍼스트’(3226가구),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14단지’(3100가구) 등도 지난달부터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달 1064건(26일 기준)으로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역대 최저치는 올 2월(813건)이었고, 세 번째로 적은 건 1월(1087건)이었다. 역대 최저 거래량 1~3위가 모두 올 상반기에 몰린 셈이다.

역대급 거래 가뭄은 서울 지역만의 일이 아니다. 경기 지역 아파트 거래량 역시 상반기 2만9334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작년 같은 기간(9만1506건)보다 67.9% 급감한 수준이다.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 거래량(3만4537건)보다 적었다.

거래량 급감세는 금리 인상과 집값 고점 인식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통해 종합부동산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에서 가액 기준으로 바꾸고, 다주택자의 중과 세율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다주택자도 급매를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아파트값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음에도 ‘급매’ ‘급급매’가 시장에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매수자와 매도자 간 호가 격차가 커지면서 거래가 끊기고 있다”고 말했다. 안 팔리면 경매로…진행 건수 증가매매 시장에서 아파트를 처분하기 어려워지자 경매 시장에 매물이 몰리고 있다. 부동산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경매 진행 건수는 전체 건수 96건 중 68건으로 집계됐다. 경매 시장에 넘어온 물건 중 70%가 실제 경매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작년 7월엔 전체 49건 중 12건(24%)만 경매가 이뤄졌던 것과 대비된다.

작년 5월과 6월 각각 38건, 45건이던 경매 진행 건수는 올해 5월과 6월 각각 59건, 57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아파트값 상승장에서는 경매로 넘어오더라도 경매보다 매매 시장에서 처분하는 게 더 이득이기 때문에 취하되는 사례도 많았다”며 “최근엔 매매 시장에서 거래가 힘들어지면서 경매 진행 건수는 증가하는 반면 취하 건수는 줄고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