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硏이 꺼낸 '소득세 물가연동제' 선 그은 정부…野, 당론 추진하나

입력 2022-07-26 16:43
수정 2022-07-26 17:11

정부가 15년 만에 소득세 하위 과세표준(과표) 구간을 조정하기로 하면서 물가연동제를 도입해 주기적으로 과표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불붙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소득세에 물가연동제가 도입되면 고소득층에 더 큰 혜택이 돌아간다며 선을 그었지만,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당론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6일 기획재정부는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야당을 중심으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이 거론되고 있는데 다른 나라에서도 도입했다가 폐지한 전례가 많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물가연동제는 매년 등 일정한 기간을 정해 과표 구간과 각종 공제 제도 등을 물가 변동률만큼 조정하는 제도다.

기재부는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소득세제의 특성상, 물가 상승률에 따라 과표가 더 많이 조정될수록 고소득층에게 더 큰 규모의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물가연동제가 도입되면 소득세 저율 구간이 확대되면서 면세자가 더 증가하는 문제도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고광효 기재부 세제실장은 세제 개편안 발표 브리핑에서 “물가연동제는 글로벌 스탠더드는 아니다”라며 “세 부담 적정성 확보, 제도의 형평성, 재정 여건, 과세 체계의 복잡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가연동제를 도입한 영국, 호주 등 일부 국가가 아예 제도를 폐지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소득세 물가연동제 논의를 재점화하고 있다. 민주연구원장을 맡은 노웅래 의원은 이달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민주연구원 주최 토론회를 여는 등 법안 추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소득세 과표를 기재부 장관이 고시하는 물가조정계수에 연동해 매년 조정하는 것이 골자다. 당장 소득세 과표를 △1200만원 이하 구간은 1500만원 이하로 △4600만원 이하 구간은 6000만원 이하로 △8800만원 이하 구간은 1억원 이하로 상향하는 내용도 담겼다.

노 의원은 이날 한국경제신문에 “물가 상승률만큼 그대로 과표를 조정해 ‘자동 증세’를 막고 실질적 감세를 하자는 것”이라며 “추후 명목임금이 올라도 법 취지 그대로 세율을 적용하자는 것뿐인데,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 법안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기재부의 입장을 반박했다. 또 "기재부 설명과 달리 급격한 물가 변동이 없는 한 소득 연동제로 인한 면세자 비율의 큰 변동은 없다"고 주장했다.

'물가연동제가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다'는 기재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노 의원은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스위스 등이 물가연동제를 이미 실시 중이고, 프랑스 경우도 물가 변동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조정한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그동안 법에도 없는 자동 증세로 초과 세수를 거둬 온 기재부가 반성하기는커녕 잘못을 그대로 유지하려 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회 등을 열어 물가연동제를 공론화하고, 이를 당론으로 제안해 강력한 입법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강조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