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를 희망하는 집주인입니다. 전세 계약 기간 종료가 다가와 세입자에게 실거주를 통보(직접 살겠다는 통보)하려고 했습니다. 문제는 세입자가 연락도 받지 않고 집 안에 인기척도 없다는 겁니다. 전세 계약이라 밀린 월세는 없지만, 계약이 끝나 가는데 실거주를 사유로 명도소송을 진행할 수 있나요?"
세입자가 연락을 끊어 전전긍긍하는 집주인들이 있습니다. 집주인이 세입자와 계약을 연장하고 싶거나 전·월세를 올릴 계획이 없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집주인이 실거주해야 하는 사정이 있다면 반드시 해당 기간 내 세입자에게 통지해야 합니다. 주택 임대차 계약에선 집주인과 세입자는 계약 기간이 끝나기 2~6개월 전 계약 연장이나 변경 등을 합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입자가 연락이 닿지 않아 이런 사실을 전달하지 못했다면, 필요한 법적 절차를 따르면 됩니다. 법률적으로 의사전달은 의사 도달이 중요합니다.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권리 의사가 상대방에게 도달해야만 효력이 발생합니다. 쉽게 설명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실거주 통보를 아무리 하더라도 세입자가 이를 듣지 못하면 법률상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집주인은 먼저 법원에 '의사표시 공시송달'을 신청합니다. 의사표시 공시송달이란 문서를 받을 사람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도달되지 않는 경우 법원에서 법원 게시판에 게시하거나 대법원 규칙에서 정하는 방법으로 당사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절차입니다. 세입자가 집주인의 실거주 통보를 받지 않았더라도 절차가 완료되면 의사를 통지받았다고 봅니다.
공시송달이 완료됐는데도 세입자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고 무작정 집에 들어가선 안됩니다.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명확한 명도 의사(건물을 넘겨주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점유자로 남아서입니다.
집주인은 계약이 끝나는 다음날부터 명도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명도소송은 집이나 건물을 인도하지 않는 세입자를 상대로 집주인이 제기하는 소송입니다. 집주인이 의사표시 공시송달로 계약 연장을 거부하고 계약이 종료됐음을 알렸지만 세입자가 집을 집주인에게 건물을 인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명도소송을 제기할 법적 근거는 충분합니다.
명도소송 진행 시 점유이전금지 가처분 절차도 함께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점유이전금지 가처분은 법원에서 세입자에게 명도 기간 중 점유자를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말라고 명령하는 가처분 절차를 뜻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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