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 훈련생이 변호사 여자친구가 다루던 기밀 정보를 활용해 불법적인 주식 거래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FBI 요원 훈련생은 공범과 함께 140만달러(약 18억원)을 챙겨 사치품 구입, 호화 여행 등의 용도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세스 마킨 전(前) FBI 요원 훈련생과 그의 공범인 브랜든 웡을 증권 사기 등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마킨은 지난해 초 제약회사 머크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연구회사 판디온을 18억5000만달러에 인수한다는 내부자 정보를 입수한 뒤 공범과 함께 판디온 주식을 매매해 140만달러의 차익을 챙겼다.
마킨은 이 정보를 당시 교제 중이던 변호사 여자친구로부터 ‘도둑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로펌에 재직 중이던 이 여성은 당시 머크의 판디온 인수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검찰은 “이 여성은 마킨이 FBI 요원 훈련생이라는 점, 자신에게 청혼까지 했다는 점 때문에 그를 신뢰하고 있었다”며 “마킨은 이 여성과의 관계를 부적절하게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여성은 마킨이 자신의 집에 머물고 있는 사이 머크의 판디온 인수와 관련된 서류를 보관한 적이 있고, 그가 한 공간에 있는 동안 관련 업무 통화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킨과 공범자는 불법 거래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4만달러(약 5200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 등을 구매하고 하와이에서 호화 휴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 한 끼에 1000달러짜리인 식사를 즐기기도 했다. 공범인 웡은 주택까지 구매했다.
이날 검찰은 마킨을 비롯해 전직 공화당 의원, 정보기술(IT) 기업 임원, 전직 골드만삭스 임원 등 9명을 기소했다. 1993∼2011년 인디애나주에서 연방하원의원을 지낸 스티븐 바이어는 2018년 3월 T모바일 임원과 골프를 치다가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 정보를 입수하고 바로 스프린트 주식을 사들였다. 그 결과 같은해 4월 두 회사의 합병이 공개된 이후 12만6000달러의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그 다음해에는 사무서비스업체 네비건트 컨설팅이 컨설팅 회사 가이드하우스에 곧 인수될 것이란 정보를 확보, 또다시 주식을 거래해 22만3000달러를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