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아이돌보미 국가자격증제’를 도입해 2027년까지 17만 명의 아이돌보미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여가부 주도의 장기프로젝트에 그간 역차별 논란을 불러온 남성을 위한 정책도 반영하기로 했다. 당초 폐지 대상으로 거론됐던 여가부가 ‘개편’ 또는 ‘체질 개선’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사진)은 2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새 정부 업무보고를 했다. 여가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모든 가족’ 대상 맞춤형 정책 서비스 강화, 여성 인력의 미래 유망분야 진출 촉진 및 ‘아이돌보미 국가자격제’ 도입, 디지털 기반 청소년 활동 활성화 및 위기 청소년 지원을 위한 통합시스템 구축, 5대 폭력 피해자 원스톱 지원 및 권력형 성범죄 근절 등 네 가지 업무를 향후 핵심 과제로 꼽았다. 김 장관은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네 가지 핵심 추진과제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이돌보미 국가자격제’에 방점이 찍혔다. 김 장관은 “민간 돌봄 서비스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민간 공통의 아이돌보미 국가자격제를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여가부는 이를 통해 민간 인력을 끌어들여 현재 3만 명 수준인 아이돌보미를 2027년 17만 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부모의 맞벌이 등으로 양육 공백이 발생하는 가정의 만 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돌보미 서비스는 그간 수요가 집중되는 출퇴근 시간대에 인력이 모자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공 기관장의 성범죄 사건이 발생한 경우 여가부에 제출하는 재발 방지대책 제출 기한을 현행 3개월에서 1개월로 줄이는 성폭력방지법 개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권력형 성범죄의 은폐·축소를 막기 위해서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장애인 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보호시설 설치도 새롭게 추진한다.
일각에서는 여가부가 ‘폐지’ 대신 ‘개편’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처 최대 현안인 여가부 폐지 논의가 이날 업무보고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업무보고에 앞서 열린 브리핑에서 “오늘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통령과 부처 폐지에 관한 논의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가부 관계자도 “정부 출범 후 부처 폐지 관련 보고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업무보고에 장기 프로젝트와 여가부 주도 사업이 다수 포함됐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