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저가 반도체 키우자…美 즉각 견제구

입력 2022-07-25 17:19
수정 2022-07-26 01:12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자립을 목표로 질주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다수의 신규 반도체 생산공장(팹)을 지으며 ‘반도체 굴기’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은 자국 반도체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중국을 견제하는 법을 곧 상원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中, 구형 반도체 패권 노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반도체제조장비재료협회(SEMI) 자료를 인용해 중국이 최근 4년(2021~2024년) 동안 건설 중이거나 건설할 예정인 반도체 생산기지 수가 31개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같은 기간 대만(19개)과 미국(12개)을 압도한다.

단 중국이 집중하는 건 최첨단 반도체 칩이 아니라 중저가 구형 반도체 칩이다. 주로 자동차 전장 계통을 제어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자동차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쓰이는 전력공급장치 반도체 등이다.

한국 삼성전자,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최첨단 반도체 칩에서의 ‘정면 승부’를 피하고 있다. 대신 중저가 구형 반도체 칩에서 굳건한 시장 지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컨설팅회사인 인터내셔널비즈니스스트래티지(IBS)는 “구형인 28나노미터(㎚·1㎚=10억분의 1m) 반도체 칩 수요는 2030년까지 현재의 3배 이상 증가한 281억달러 규모로 불어날 전망”이라며 “2025년까지 중국은 전 세계가 필요로 하는 28㎚ 칩 중 40%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최첨단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저가 구형 반도체에 투자를 덜 하면서 중국이 ‘기회’를 잡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의 피터 핸버리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구형 반도체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추세라면 중국이 구형 반도체 공급망 장악력을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최우선 목표는 자립도 향상이다. IBS에 따르면 중국은 자국의 반도체 칩 수요의 25.6%를 올해 안에 자급자족할 전망이다. 2017년만 해도 중국의 자급률은 13.2%에 그쳤다. 중국은 2025년 자국 수요의 3분의 2 이상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500억달러 이상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美는 반도체 육성법 곧 처리중국의 반도체 역량 강화를 가장 불안하게 지켜보는 곳은 미국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이번주에 반도체산업 육성법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 법의 핵심은 미국에 반도체 제조공장을 짓는 기업에 520억달러를 지원해 미국의 반도체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에 신규 공장을 짓거나 증설할 계획이 있는 삼성전자, TSMC, 인텔 등이 수혜 기업으로 지목된다. 단 이 법에 따라 혜택을 받은 반도체 기업이 일정 기간 중국에 반도체 부문 투자를 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법은 상원에서 25일 종결 투표를 거쳐 26~27일 투표를 마무리할 전망이다. 상원 문턱을 넘으면 하원으로 넘어간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등은 미국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 법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최근 자국과 한국, 일본, 대만 4개국으로 이뤄진 반도체 공급망 동맹인 ‘칩4’를 제안하는 등 중국 견제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은 앞서 네덜란드 ASML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최첨단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반도체 기업 SMIC가 7㎚ 반도체 공정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중국 반도체 업계도 최첨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나름의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