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의 올 상반기 러시아 신규 프로젝트가 처음으로 ‘0’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경제 성장 속도 하강으로 일대일로 사업 규모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상하이 푸단대 녹색금융개발센터가 지난 24일 발간한 ‘2022 상반기 일대일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올 들어 6월까지 진행한 일대일로 사업 규모는 총 284억달러로 나타났다. 작년 상반기보다 3.4%, 2020년 상반기보다는 40% 감소했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양국 기업이 건설 계약을 체결하면서 중국 은행이 자금을 빌려주고 상대국 정부가 보증을 서는 ‘건설 계약’과 중국이 직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직접 투자’로 구분된다.
상반기 건설 계약은 165억달러, 직접 투자는 118억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비율로는 건설 계약이 58%, 직접 투자가 42%다.
지역별로는 중동(북아프리카 포함)과 남아메리카 비중을 늘리고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사하라 이남)는 줄이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상반기 전체 사업 액수의 33%가 중동에 몰렸다. 미국이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는 등 중동 지역에 대한 자원 투입을 줄이는 가운데 인프라 투자를 늘리려는 중동 국가들을 중국이 집중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단일 국가 최대인 55억달러의 투자가 들어갔다.
반면 러시아, 스리랑카, 이집트와의 일대일로 신규 사업은 상반기에 단 한 건도 없었다. 네도필 왕 녹색금융개발센터 소장은 “서방이 주도하는 제재 위협 때문에 러시아 투자가 줄었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리스크가 큰 대규모 사업을 줄이는 대신 일대일로 사업 참여 국가를 늘리는 방향으로 영향력 확대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