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이어 세종서도…비속 살인 후 극단선택 이대로 괜찮나 [승재현의 사이다]

입력 2022-07-25 17:09
수정 2022-07-25 17:18


전남 완도에서 6월 실종된 열 살 조유나 양과 부모가 바닷속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세종시의 한 아파트에서 자매가 동반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집에는 자매 중 동생의 자녀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각각 이혼한 이들 자매는 동생의 초등학생 남매와 한집에서 거주해왔으며 집안에서는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한달살이를 떠나는 줄 알고 들떴을 유나 양의 시신 부검 결과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부모가 본인들 어깨를 짓누른 삶의 무게가 버겁다고 10세 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한 후 죽음으로 이끈 것이다.

세종 자매 추락사 비보가 전해진 지 하루만인 25일엔 경기 의정부시의 한 주택에서 40대 부부와 6세 남자 어린이가 숨져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해당 사건은 이들 부부의 지인은 극단적 선택을 예고하는 예약 문자 메시지를 받고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과 119 대원들이 해당 집 안에 문을 개방하고 들어가 보니 40대 부부와 6세 남자 어린이 등 3명이 쓰러져있었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죽음의 의미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린 자녀가 부모의 극단적 선택에 휩쓸려 희생당했다는 점이다.

피해 아동의 입장에서는 동반자살이 자신의 결정이 아니기 때문에 ‘피살’이라 보는 편이 정확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온정적으로 여기기보다 분노할 일이라며, 사회안전망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에게 우리 사회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비속 살인 후 극단적 선택을 하는 현상과 해결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Q. 비속 살인 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한민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직계비속’(자녀)을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했습니다. 내가 출생한 자녀이기 때문에 그 자녀의 생명도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잘못된 통념이 그것입니다. 자녀는 독립된 완전한 인격체라는 인식이 필요할 때입니다.

Q. 비속 살인 후 극단적 선택을 하는 범죄를 막기 위해 비속 살인죄를 신설하겠다는 논의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부모는 살고, 자녀만 죽는 사건은 ‘아동학대 살인죄’가 신설되어 가중처벌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반적 비속 살인 가중 규정’ 신설은 신중한 판단 해야 합니다. 고도의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자녀를 어찌할 수 없어 살해한 부모를 가중 처벌하는 것이 타당할까요?

우리가 문제 삼는 사건은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자기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입니다. 즉 부모는 스스로 사형을 부과하면서 자녀를 살해하는 사건에서 형량을 가중하는 것이 무슨 범죄 억제 효과가 있을까요? 자기도 죽고, 자녀도 죽이는 사건에서 형량 강화는 의미가 없습니다.

Q. 그렇다면 이러한 비속살인 후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사회 안전망 구축이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유동성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경제지원시스템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자녀의 온전한 성장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자녀 지원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특히 부모의 빚이 자녀에게 대물림되지 않도록 ‘한정승인’ 제도의 보완이 필요합니다. 즉 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부모의 채권·채무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미성년자녀에게 알려주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합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