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 '칩4' 동맹, '반도체 나토' 될 수 있을까 [더 머니이스트-Dr.J’s China Insight]

입력 2022-07-27 07:49
수정 2022-07-28 10:21
◆?'칩4(Chip4)동맹'이면 중국의 아킬레스건 간단히 끊는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집권 이후부터 '아시아로 회귀(Pivot to Asia)'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쿼드(Quad), 경제변영네트웍(EPN), 인태경제프레임워크(IPEF), 최근의 반도체4개국 동맹(Chip4)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대중국 봉쇄 전략을 이어 왔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對)중국 정책의 변화도 있습니다. 트럼프는 TPP를 없앴고 바이든은 EPN을 없앴기 때문입니다. 지금 바이든 대통령은 IPEF와 Chip4동맹에 전력투구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후반 2년 동안 중국과 무역전쟁을 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습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무역전쟁에서 기술전쟁으로 초점이 옮겨졌고, 그 중심에 반도체를 내세웠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지만 중국의 아킬레스건은 반도체입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제조대국이자 무역대국이지만, 10nm이하의 미세공정 반도체는 손도 못대는 반도체 약소국이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기술, 장비, 소재, 생산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일본, 한국, 대만 4개국에 반도체동맹, 이른바 'Chip4동맹'을 제안하고 한국에는 8월까지 참여 여부를 결정하라고 요청해 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이후 첨단산업에서의 한미간 공조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Chip4동맹' 나라들은 전 세계 반도체 장비의 73%, 파운드리의 87%, 설계 및 생산의 91%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중국의 반도체산업을 봉쇄할수 있는 이른바 '반도체 NATO (Semiconductor-NATO)'가 아시아에서 형성되는 것입니다.

미국의 기술, 일본과 미국의 장비, 대만의 파운드리 제조 기술, 한국의 메모리와 파운드리 생산기술을 봉쇄하면 중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이를 위해 520억달러의 반도체 보조금을 유인책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에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입니다.

Chip4 동맹이 잘 유지된다면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할 수 있어 중국 산업 내 반도체공급난을 가중시키고 생산차질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4차 산업혁명 발전에 발목을 잡을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미국의 진짜 의도는 "제2의 반도체협정"?

Chip4 참여는 우리 입장에서는 대중문제가 아니라 대미문제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중국의 Chip4동맹 가입에 대한 보복 협박보다 미국의 속셈을 더 잘 봐야 할 것 같습니다.



1980년대 중반 미국을 떨게 했던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1986년, 1991년, 1996년 미국이 만든 3차례의 '미일반도체협정의 덫'에 걸려 붕괴되었습니다. 결국 일본은 장비와 소재를 파는 나라로 전락했고 우리나라와의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전쟁에서도 패배한 쓰라린 경험이 있습니다.

중국의 낮은 반도체 기술력을 감안하면 미국의 Chip4 동맹을 단순한 중국 봉쇄전략으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미국의 '반도체 회귀전략(Semicon Pivot to USA)'으로 한국과 대만으로 넘어간 '첨단 반도체산업의 회수전략'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미국은 우선 52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반도체 보조금으로 한국과 대만을 유혹해 자국 내 공장건설을 유도하고, 다음으로는 정치외교력으로 기술 이전을 압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중국의 시장이 미국 보조금 보다 몇배가 더 크고 그 시장은 계속 커질 수 밖에 없다는 데 있습니다.

과거 미국이 일본의 생산능력을 제도적으로 제한시켜 일본의 경쟁력을 서서히 잠식시킨 미일반도체협정이 바로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반도체산업의 수익모델을 정부간 협약을 통해 제한해서 일본을 좌초시켰을 때 쓴 방법입니다. 한국기업의 대중국 생산을 제한함으로써 생산원가와 투자비부담을 가중시키고 성장을 잡아두는 방법을 쓸 수 있습니다. 대신 미국에 완전히 종속될수 밖에 없는 대만과 미국기업을 다시 키우는 전략이 나올 수 있어 보입니다.




◆Chip4의 적(敵)은 미국 내부에 있다

미국 정부의 Chip4를 통한 중국 봉쇄 전략은 신의 한수로 보이지만, 문제는 자유민주국가 미국은 정부가 기업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기업 이익의 극대화를 목표를 삼고, 주주이익의 극대화를 경영자의 평가지표로 삼는 미국 기업의 속성이 문제입니다.

지금 중국은 전세계 반도체 시장의 최대 시장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세계 최대시장인 1중국 반도체시장에서 미국 기업의 점유율이 50%나 됩니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 입장에서는 정부의 Chip4동맹전략에 참여하는 것은 좋지만 중국시장의 매출액 1925억달러중 962억달러를 포기해야 합니다.



또 중국이 반도체 장비 시장의 최대 구매자인데 세계 15대 반도체장비회사중에서 2개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Chip4국가의 기업들입니다. 중국의 세계반도체장비시장의 비중이 29%인데 Chip4국가의 기업은 이를 포기해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2nm 이하는 실리콘기반의 반도체의 물리적 한계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중국은 미국이나 선진 기술에 비해 3세대 이상의 기술격차가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는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신기술이 나오기 전까지는 가급적 중국의 추격과 연구개발을 늦추게 해야하고 이를 위해 손에 든 모든 카드를 충분히 활용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익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반도체 공급업체들의 진짜 속셈은 다릅니다. 2021년 5월 설립한 64개 반도체제조사가 만든 SIAC(Semiconductors in America Coalition)가 있지만 이 SIAC 동맹의 목적은 중국고객을 단속하는게 아니라 미국의회가 520억달러의 보조금 지원법안을 빨리 통과시키도록 촉구하는 것입니다. 기업이익의 극대화, 즉 보조금 따먹기에 더 관심이 큽니다.

미국 내에서도 야당인 공화당은 520억달러규모의 반도체 지원법안에 대해 시큰둥합니다. 공화당 내에서 굳이 재정을 지출해 가면서 반도체공장을 짓고 외국기업들에게 대규모 보조금을 주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습니다. 만약 8월에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11월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반도체 산업 지원계획이 대폭 수정되거나 중지될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반도체 업체들 입장에서는 2021년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응해 2019년 코로나 이전 상태에 비해 73%나 증가한 대규모 설비투자를 했는데 대중국수출을 제한한다면 장기적으로 대규모 공급 과잉 상태가 발생할수 있고 이런 시장 리스크를 그대로 감내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으로 들어가는 반도체와 반도체장비를 완전히 규제한다면 중국IT산업은 무너뜨릴 수 있지만 그와 동시에 애플과 같은 미국의 주요한 IT기업들도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속내를 보면 애플과 같은 미국의 주요한 IT기업들도 Chip4동맹을 환영하는 입장이 아닙니다.

◆물고기와 곰발바닥을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

미국의 Chip4동맹에 대해 한국의 입장이 묘합니다. 맹자 고자 상편에 보면 맹자는 이런 곤경에 대해 '물고기와 곰발닥은 동시에 가질수는 없다'는 말을 합니다. 둘다 가질수 없다면 물고기를 버리고 비싼 곰발바닥을 선택하라는 말입니다.



부자는 물고기와 곰발 두가지를 모두 가질 생각을 하고 가난한 이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법을 생각한다고 합니다. 결국 물고기는 잡기 쉽지만 곰발바닥을 얻으려면 큰용기와 목숨도 걸어야 하는 리스크를 안아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부자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Chip4 가입을 고민 중인 우리나라는 중국 보복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미국의 진짜 속내를 더 두렵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첨단 5nm이하 제품의 생산기술을 대만과 한국이 가지고 있고 이를 미국 자체에 내재화시키자는 미국의 속내가 보입니다. 그간 미국은 생산은 넘겼지만 설계, 장비에서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하지만 파운드리가 독과점화되고 고기술화되면서 그 부가가치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 이를 탐내는 것도 있습니다.

한국은 미중의 보복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물고기를 미끼로 좋아하는 곰을 잡아 곰발바닥 요리를 즐기는 방법을 생각할 때입니다. 현실적으로 미국이든 중국이든 간에 한국이 Chip4에 가입하든 거절하든 당장 보복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은 먼저 물고기를 잡고 이를 미끼로 곰도 잡는 묘수를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Chip4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조정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시간을 우리도 잘 활용하면 됩니다.

최근 한국의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향후 20년 간 1921억달러의 투자계획서를 제출했습니다. 2022년 일몰규정에 의해 사라질 수 있는 세제혜택을 누리기 위해서 신청한 것입니다. 텍사스주는 지역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기업에 10년간 재산세를 면제해주는 프로그램을 연말까지 운영합니다. 삼성은 오스틴에 2개, 테일러시에 9개등 총 11개 공장을 더 짓겠다고 신청했지만 이렇게 많은 공장을 짓는다면 미국이 삼성의 주된 생산기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4년 앞도 내다보기 쉽지 않은 반도체 시장에서 향후 20년 뒤의 예상이나 예측은 언제든지 바뀔수 있습니다. 미국이 우대하면 미국의 정책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면 됩니다.

한국의 Chip4 동맹가입으로 인한 대중국 수출감소 문제보다 사실 더 절박한 쪽은 미국의 반도체와 반도체장비업체 그리고 애플을 비롯한 IT기업들입니다. 중국본토가 수입하는 반도체가 석유보다 많고 그 규모가 계속 확대되는데 미국의 반도체업체와 장비업체들에게 정부가 시장을 버리고 돈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부가 칼을 휘두르며 자살골 넣기를 강요한다고 저항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자본주의 국가에서 주가 폭락이 나오면 이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책임져야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기업의 선택권과 의사결정권이 중요하고 이를 정부가 마음데로 강요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그래서 자본시장이 발전한 미국에서 특히 Chip4가 상장된 미국 자본시장이 미국정부의 무리한 액션을 막아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시장 원리가 아닌 정치의 논리로 시장을 왜곡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옵니다. 세계의 공장에 반도체를 공급하지 않으면 중국의 굴기는 막을수 있을지 몰라도 전세계적인 세트제품의 공급부족이 나타나고 반도체공급부족이 나타나지만 장기적으로는 엄청난 공급과잉과 단가하락의 악순환이 나타날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항상 법보다는 주먹이 가깝기 때문에 작은나라의 입장에서는 항상 신중한 판단과 선택이 필요합니다.

한국 입장에선 정부 차원의 Chip4동맹은 먼저 가입하고, 액션단계에서는 미국의 기업들처럼 기업이 자본시장의 논리를 앞세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을 설득하고 무리한 액션에 제동을 걸고 한국이 초격차의 신기술을 개발할 시간을 벌 수도 있어 보입니다. 또한 중국의 무리한 반도체 기술이전요구 같은 것도 Chip4는 이를 거절할 수 있는 방패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력에서 상대가 안되는 중국을 앞에 두고 거대동맹까지 만들어 중국을 제재하는 미국의 진짜 속내를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제2의 반도체협정 같은 요구가 나올 때 장기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지를 미리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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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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