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광주 정신'을 언급한 것을 두고 "언급할 자격이 있냐"고 반문했다. 이 의원의 강성 지지층으로 꼽히는 '개딸(개혁의 딸)'들이 사용하는 표현 '수박'이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에서 쓰이던 말이라고 주장하면서다.
박 대변인은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이 의원이 광주 정신을 언급할 자격이 있냐"며 "민주당 강성 지지층 개딸들이 당내 반(反)이재명 인사들을 공격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바로 수박"이라고 적었다.
박 대변인은 "과거 이 의원도 사용한 적 있는 이 수박이라는 표현은 일베 회원들이 공연히 사용하던 것으로, 광주 특산품이 무등산 수박임에 빗대 5·18 민주화 항쟁 당시 진압군에 의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머리를 다친 사람들을 지칭해 조롱하는 의미로 쓰여왔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이 의원은 단순히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이라고 해명했지만, 지금도 개딸들은 '수박을 다 깨야 한다'는 내용의 문자 폭탄을 전송하고 있다고 전해진다"며 "자신의 팬덤이 광주 정신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폭력에 앞장서고 있는데, 본인은 광주에 내려가 광주 정신을 찾는 건 너무 몰염치하다 생각되지 않냐"고 했다.
그러면서 "침묵은 암묵적 동의이며 제지하지 않는 것은 부작위에 의한 동조이자 직무유기"라며 "광주 정신을 입에 담기에 앞서 스스로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돌아보는 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9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자신을 둘러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저에게 공영개발 포기하라고 넌지시 압력 가하던 우리 안의 수박들"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가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고 표현을 수정한 바 있다.
이에 당시 경선 후보였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은 "수박이라는 표현은 일베에서 시작된 용어이고, 호남을 비하·배제하는 것이니 사용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해왔지만, 이재명 캠프와 지지자들은 '관용구로 사용했을 뿐"이라며 "수박이라는 혐오 표현을 정치적으로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