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개편론' 위기감 느꼈나…언론 앞 나서는 대통령 참모들

입력 2022-07-25 06:00
수정 2022-07-25 08:13


"저 누군지 아세요? 하도 존재감이 없다고 해서"

24일 오후 3시, 용산 대통령실 오픈브리핑룸에서 최영범 홍보수석을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불과 10분 전 최 수석이 브리핑할 것이라고 공지된 상황에서 의외의 손님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기자단과 만난 첫 순간이었습니다.

김 비서실장은 '존재감이 없다'는 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자조적으로 웃으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주부터는 수석들도 꼭 기사거리가 아니더라도 뒷이야기들을 많이 하라고 했다. 그게 대통령의 뜻이기도 하고"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대통령실 브리핑룸에 서는 대통령 참모들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부처 장·차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관과 참모들이 언론에 나서서 국정운영 방향과 정책을 설명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가 참모들을 움직인 것으로 보입니다.

참모들이 언론전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 주말 무렵 부터입니다. 그간 마이크를 잡지 않던 최 수석이 처음으로 온마이크(실명 보도가능한) 브리핑을 했습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지난 20일 대통령 참모 중 최초로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두 사례 모두 야권의 공세에 대응해 수석이 직접 나선 경우입니다.

최 수석은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논쟁을 벌였고, 강 수석은 '대통령실 사적 채용'에 대한 야권의 공격을 방어했습니다.




장관들도 대통령실에서 적극적인 브리핑에 나섰습니다. 지난 18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대통령 업무보고 후 브리핑이 시작점이었습니다. 원 장관은 이날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던 중 "용산에 올라오기가 힘들다"며 적극적으로 질의응답에 응했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2일 업무보고 브리핑에 실무자를 대동하고 설명용 판넬까지 가져오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권영세 통일부장관도 같은날 브리핑을 하고 저녁에는 방송까지 출연했습니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동시에 정치권과 언론에서 하나둘씩 제기하기 시작한 '인적 개편론'도 장관과 수석들의 태도 변화와 무관하지 않은 듯 보입니다.

인적 개편론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대통령 지지율 30%대가 무너지기 시작한 7월 첫째주 무렵부터입니다.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13일 '대통령비서실장, 직언 못하면 물러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윤석열 정부 장관급 인사 4명이, 더구나 그 중 3명은 인사 청문회에 오르지도 못하고 낙마했다. 이 정도면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사퇴는 아니어도 적어도 사과는 했어야 마땅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실장이 언론 앞에 서기 하루 전인 지난 23일, 공교롭게도 정치권에서도 '인적 쇄신론'이 나왔습니다.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자신의 취재 결과라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바꾸겠다. 비서실장은 경륜 있고 정치력이 있는 분으로 바꾸려고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변인실도 바꿀 것 같다. 강인선 대변인을 바꿀지, 아니면 그대로 두고 남성 대변인을 데려와서 남·녀 대변인 체제로 한다"고 전했습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