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성 합의에도…'여소야대' 충돌 더 세진다

입력 2022-07-24 17:38
수정 2022-07-25 01:01
‘개점휴업’ 53일 만에 국회가 문을 열었지만 여야 간 충돌은 오히려 격화할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경제정책 중 법 개정이 필요한 상당수 안건에 대해 169석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서다.

윤석열 정부 집권 초에 정국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국민의힘은 강력한 입법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법인세 인하 등 쟁점 법안 두고 갈등여야의 의견이 크게 갈리는 부분은 세제 개편과 노동시간 유연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의 소위 ‘개혁법안’이다. 관련 정책을 시행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민주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있어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 지난 21일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안’만 하더라도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 18개로 문재인 정부 첫 세제개편안보다 5개 많다.

여야는 법인세 인하 방안을 두고 강하게 충돌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세제 개편에 발맞춰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법인세 인하는 ‘부자 감세’라며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중과를 사실상 폐지하는 정부안 역시 민주당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다주택 중과체계를 유지하되 종부세율을 대폭 인하해 다주택자 세 부담을 낮추자고 주장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 유연화 등 노동개혁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해당 내용 전반에 대해 ‘노동 개악’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유치원과 초·중등 교육에 한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사용 대상을 확대하는 안을 두고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교부금을 삭감하거나 최소한 교부금의 사용처를 대학 등 고등교육으로 확대해 반도체 인력 등을 양성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현행 제도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양당의 의견 차가 작아 빠른 처리가 예상되는 법안도 있다. 납품단가연동제, 유류세 인하폭 확대 법안, 직장인의 식대 비과세 한도를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등 민생 법안은 여야 이견이 크지 않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를 통해 이들 민생 법안을 우선 처리하기로 했다. 법사위 등 상임위 곳곳 ‘전쟁터’이처럼 쟁점 법안을 놓고 여야 간 대립이 예견되면서 22일 구성된 각 상임위원회에서도 적지 않은 갈등이 빚어질 전망이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민주당이 추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후속 조치를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 원 구성 협상의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갈등 요소가 많다. 민주당의 언론개혁 추진을 중심으로 KBS MBC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경찰청을 관할하는 행정안전위원회는 경찰국 신설 문제를 두고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추진하는 경찰국 신설 방침이 정권의 경찰 장악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이 밖에 신구 권력 간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는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탈북어민 북송 논란을 둘러싸고 국방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정보위원회 등에서도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