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자폐증' 치료할 신약 나오나

입력 2022-07-24 17:14
수정 2022-07-25 10:28
지놈앤컴퍼니의 미국 자회사 사이오토가 임상 1상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한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기반 자폐증 신약(SB-121) 후보물질의 임상 2상 채비에 나섰다. 내년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하고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사진)는 24일 “임상에 참여하는 환자 수를 임상 1상(15명) 대비 10배 이상으로 늘려 시험 신뢰도를 크게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놈앤컴퍼니는 2020년 650만달러(약 85억원)를 투자해 지분 52%를 인수하며 사이오토의 1대 주주(7월 25일 기준 64.07%)가 됐다.

지놈앤컴퍼니가 인수를 검토할 당시만 해도 SB-121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 진입하지 않은 개발초기 단계의 후보물질이었다. 이후 임상 1상을 마쳐 7월 기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자폐증 치료제 후보물질 중 임상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배 대표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덕분에 자폐증에 대한 관심은 커졌으나 아직 허가받은 약은 조현병 치료제 아빌리파이(오츠카제약) 정도”라고 강조했다.

SB-121은 모유에서 유래한 유산균의 한 종류와 유산균의 먹거리가 되는 당분을 특수 캡슐로 포장해 만들었다. 건강기능식품처럼 먹으면 SB-121에 든 특수 유산균이 장에 도착한 뒤 장과 연결된 신경을 자극해 뇌의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한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관계 형성이 서툰 점이 자폐증의 주요 증상인 만큼 옥시토신이 자폐증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공개한 임상 1상 결과에 따르면 SB-121은 임상 환자 수는 적지만 자폐증 치료에 효과를 보였다. 배 대표는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보호자가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자폐증 증상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며 “사회생활에 필요한 규범 등을 지키는 사회화 부분에서 큰 개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허가받는 자폐증 치료약이 나온다면 수조원대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유병률이 4%인데, 유병률 7%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의 글로벌시장 규모는 25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