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는 ‘약세장 속 피난처’로 주목받았다. 올해 상반기 증시가 맥을 못 출 때도 연중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격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대출 이자 비용이 커지고 부동산 가격 하락 우려까지 겹친 여파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었지만 가격 메리트는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임대료가 물가와 연동돼 있거나 낙폭이 큰 리츠를 골라 투자해볼 만하다는 조언이다.
K리츠지수 석 달 새 20% 하락시가총액 상위 10개 리츠로 산출하는 KRX리츠TOP10지수는 지난 21일 979.23을 기록했다. 4월 25일 고점(1245) 대비 20% 넘게 하락했다. ESR켄달스퀘어리츠(-19.3%), 이지스밸류리츠(-18%), 제이알글로벌리츠(-15.6%) 등이 하락세를 주도했다.
기간을 길게 놓고 보면 부동산은 주식시장의 성과를 웃돌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980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배당금을 재투자한 미국 리츠지수는 연평균 11.2%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8.4%를 기록한 S&P500지수를 크게 앞섰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장 리츠는 자산 가격 대비 저평가 구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상 국면에서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전문가들은 임대료가 물가와 연동된 리츠가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금리가 오르더라도 배당수익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낮아서다.
대신증권은 SK리츠, 이리츠코크렙, 롯데리츠, 제이알글로벌리츠를 관련 상품으로 소개했다. 배상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국은 물가 상승폭이 전년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가 연동 임대계약 구조를 갖고 있는 리츠들은 올해도 임대료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리츠·롯데리츠 ‘관심’작년 8월 상장한 SK리츠는 서울 종로 서린빌딩, 경기 분당 SK U타워, 전국 116개 SK주유소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다. 국내 상장 리츠 최초로 분기 배당을 시행하고 있다. 연간 배당수익률은 5.2%에 달한다. 가장 큰 장점은 SK그룹이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서린빌딩은 SK㈜가 5년간 책임 임차하고 있다. U타워는 SK하이닉스, 전국 116개 주유소는 SK에너지가 장기 임차하고 있다. 배상영 연구원은 “대기업이 스폰서로 있는 리츠의 장점은 기업이 운용을 함께하고 리츠의 성과 및 결실을 일반 주주와 공유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롯데리츠도 롯데그룹을 임차인으로 두고 있어 안정적인 리츠로 꼽힌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아울렛 등 전국 15개 롯데그룹 관련 건물이 기초자산이다. 15개 자산 중 7개가 물가에 연동된 임대계약 구조를 갖고 있다.
이리츠코크렙은 NC백화점 야탑점, 뉴코아아울렛(일산점·평촌점), 2001아울렛(중계점·분당점)을 기초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모두 이랜드그룹의 매출 상위 점포다. 안정적인 임대료 수취가 가능하다. 모든 임대 계약은 물가 상승에 연동돼 있다. 낙폭과대 리츠도 고려해볼 만주가 하락으로 가격 메리트가 커진 리츠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들어 주가가 17~19% 떨어진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 ESR켄달스퀘어리츠, 이지스밸류리츠가 대표적이다. 이들 리츠는 신한금융투자가 최근 발표한 국내 유망 추천주에 포함됐다.
코람코에너지리츠는 전국 169개 주유소를 기초자산으로 두고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장기 임차인이다. 매출의 83%가 현대오일뱅크에서 나온다. 적극적인 자산 매각과 매입을 통해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코람코에너지리츠는 2020년 8월 상장 이후 19개의 주유소 자산을 매각했다. 이를 통해 작년 하반기 특별 배당금을 지급했다. 특별 배당금 지급으로 작년 배당수익률은 7.5%에 달했다. 올해도 8개 자산에 대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특별 배당 기대가 높다.
ESR켄달스퀘어리츠는 국내 유일의 물류 전문 리츠다. 전국에 총 18개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물류센터 대부분이 교통 요충지에 있어 안정적인 임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캐나다 국민연금(CPPI)이 지분 24.9%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