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부담을 견디지 못해 집을 급매물로 내놨던 일부 집주인이 다시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예요. 매물 회수 문의 전화도 오늘만 여러 통 받았어요.” (서울 마포구 염리동 A공인 관계자)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세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최근 수도권 집값 하락세를 부채질해 온 다주택자의 ‘절세용 매물’이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매물 감소에도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 매수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이어서 집값 하락세가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주택자 ‘절세용 매물’ 줄어드나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 종부세율은 1주택자와 다주택자 모두 2019년 기준(0.5~2.7%)이 적용된다. 그동안 다주택자에게는 1.2~6.0%의 중과세율이 적용됐다.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을 도입하기 전인 2019년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종부세 부담 상한도 다주택자는 전년 대비 300%였으나, 1주택자와 같이 150%로 낮아진다. 종부세 기본공제액은 다주택자는 6억원에서 9억원으로, 1가구 1주택자는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세 부담이 줄면서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 이후 시장에 쏟아졌던 다주택자의 절세용 급매물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3889건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시행된 5월 10일(5만6568건)보다 12.9% 늘었다. 강남의 ‘똘똘한 한 채’를 남기고 나머지 주택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강남보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마포구(17.5%) 동작구(17.1%) 양천구(16.9%) 등의 매물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양천구 목동 B공인 관계자는 “시세보다 훨씬 싼 급매물이 아니면 매수 문의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집주인은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급하게 집을 처분하기보단 매물을 거두고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동작구 상도동 C공인 관계자도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나 자녀 진학 때문에 급하게 이사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면 매물을 거둘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보유세 인하로 부담이 줄어든 만큼 시세보다 매각 시점을 저울질하는 다주택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수도권 교통망 확충 예정 지역이나 신축 아파트 부족 지역 등에 있는 주택을 가진 다주택자는 매각이나 증여보다 ‘버티기 모드’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똘똘한 한 채’ 수요는 지속될 듯부동산시장에서는 이번 종부세 경감 방안이 집값 하락세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가뜩이나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 보유세 완화라는 정책 시그널(신호)까지 나오면서 주택시장 관망세는 더욱 짙어질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병탁 팀장도 “집값이 더 내려갈 것으로 내다보는 매수 대기자가 많아 거래량은 상반기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남이나 한강 변의 ‘똘똘한 한 채’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주택자 종부세 부담이 더 줄어드는 만큼 강남 등 인기 지역으로 ‘갈아타기’에 나서는 수요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주택 수에 따른 종부세 차등 과세가 가격 기준 과세로 바뀌면서 현금 여력이 있는 자산가들이 3억원 이하 지방 저가 주택 추가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