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의 에어비앤비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를 조사했더니 서울이 ‘톱10’에 뽑혔습니다. 처음 있는 일이에요. 또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원격으로 업무도 보면서 한 달 이상 서울 생활을 즐겨보겠다는 사람들도 많아져 깜짝 놀랐습니다.”
글로벌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의 제이크 윌크진스키 아시아태평양 커뮤니케이션 총괄대표(사진)는 22일 “한국이 이 정도로 세계 관광의 중심지가 될 줄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그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미국인들에게 한국은 물리적·심리적으로 먼 곳이었다”며 “한 번 오려면 한 달 정도 휴가를 내야 한다고 마음먹어야 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윌크진스키 대표는 5년간 에어비앤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모든 사업을 면밀히 지켜봐 왔다. 그러면서 여행산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되자마자 첫 번째 해외 출장지로 망설임 없이 서울을 택한 이유다. 한국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최근 에어비앤비가 미국과 캐나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방한에 영향을 미쳤다. 가장 가고 싶은 도시 명단 10곳에 서울이 올라 있었다. 나머지 도시들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세비에빌·애틀랜타, 프랑스 파리,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인도네시아 발리, 멕시코 멕시코시티,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영국 런던 등이다.
윌크진스키 대표는 한국이 ‘재택근무의 요지’가 되고 있는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한 달 이상 한국에 머무는 이용자가 1년 전보다 약 6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구촌 어디서나 원격근무를 할 수 있게 되면서 평소 가보고 싶던 서울에 오랜 기간 머무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이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하듯이 외국 사람이 서울을 찾는다는 얘기다.
윌크진스키 대표는 이런 트렌드를 읽고 서울시 등과 손잡고 한옥 숙박을 확대하는 지원 프로그램을 지난해 시작했다. 경북 경주와 강원 등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펼쳤다. 그는 “외국 관광객이 패키지 상품이나 짧은 여행으로 오면 유명한 식당과 관광지만 들렀다 가는 사례가 많다”며 “장기간 체류하는 여행자가 늘어날수록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증가하는 배경에 대해 윌크진스키 대표는 한국 문화가 매력적이고 세련됐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K팝과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의 다양한 한국 문화가 소셜미디어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타고 세계로 퍼져나갔다”며 “이런 문화는 그 어떤 관광자원보다 강력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로 국가 정체성을 규정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도 했다.
윌크진스키 대표는 “서울은 3년 전에 찾아왔을 때보다 더 많은 관광 콘텐츠를 도시 곳곳에 심어놓은 것 같다”며 “서울을 비롯한 한국이 포스트 코로나 관광 시대의 최대 수혜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