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마스크까지 쓰려니 죽을 맛이다. 열 때문에 발생하는 급성질환인 온열질환을 조심해야 하는 때다. 국내 온열환자의 95%가 7~8월에 집중된다. 우리 몸은 너무 높은 온도와 뜨거운 햇볕에 오래 노출되면 체온조절중추 기능을 잃는다. 만성질환자와 노인 등은 심각한 온열질환에 걸리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의료계 도움을 받아 한여름 체온관리법을 알아봤다. 만성질환자·노인·어린이 유의역대급 폭염을 기록한 2018년에는 온열환자가 속출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8년 응급실을 방문한 온열질환자는 4526명, 사망자는 160명에 달했다. 온열질환은 나이 및 만성질환과도 관련 있다. 노인과 어린이는 더 주의해야 한다. 노인은 노화로 신체 기능이 떨어져 몸의 열 변화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미국에선 매년 37명이 차량 내 온열질환으로 사망하는데, 그 중 37%가 3세 미만이다.
우리 신체는 30도 이상 고온에 놓이면 체온을 낮추기 위해 땀을 배출하고, 피부 말초혈관 혈류량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폭염에 장기간 노출되면 이 신체 시스템 작동에 오류가 생긴다. 수분과 전해질이 부족해지면서 어지럽기 시작한다.
심장은 무더위 속에서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더 많이 뛰고, 혈액은 농축돼 걸쭉해지면서 혈전이 생긴다. 그래서 심뇌혈관 등 만성 질환자는 폭염을 더 조심해야 한다. 미국심장학회는 기온이 32도 이상 올라가면 뇌졸중 발생 위험이 66%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사망까지 초래하는 열사병온열질환은 증상과 상태에 따라 일사병과 열사병으로 나뉜다. 일사병은 체온이 37~40도로 높아진 상태로, 체내 수분이 많이 배출돼 발생한다. 이승재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일사병은 심박수나 중추신경계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수분을 섭취하고 휴식을 취하면 곧 괜찮아진다”고 설명했다.
열사병은 일사병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태로, 중추신경계 기능이 마비돼 체온이 40도 이상 올라간다. 고열과 땀 사라짐, 의식 혼미가 열사병의 3대 징후다. 김선미 고려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땀을 흘리지 않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혼수상태에 빠지기 쉽다”며 “응급처치가 늦어지면 고열로 세포가 파괴되고 장기가 손상돼 사망할 수 있다”고 했다.
주변에 열사병으로 보이는 환자가 있다면 빨리 서늘한 그늘로 옮긴 뒤 옷을 벗기고 미지근한 물을 뿌리며 바람을 쐬게 해줘야 한다. 김병성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의식 없는 환자에게 물을 먹이면 기도로 흘러갈 수 있어 피해야 한다”며 “열사병은 응급 질환으로 즉시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온열질환을 방지하려면 수분 섭취가 필수적이다. 하루 8잔 정도가 적당한데, 그렇다고 물을 한꺼번에 많이 마시면 위에서 흡수되는 양이 과도해 오히려 불편해진다. 덥다고 시원한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는 것도 좋지 않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탈수를 유발하는 알코올과 카페인 섭취는 멀리해야 한다”며 “무력감, 입맛 없음, 소변량 감소 같은 탈수 증상이 나타나는지 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위로 현기증이나 두통이 생긴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냉방병도 주의…밤엔 에어컨 꺼야밖은 덥지만 실내는 춥다. 장시간 냉방으로 인해 실내외 온도 차가 크게 나고 습도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인체의 자율신경 조절 작용에 무리가 생기고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진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냉방병이 생긴다. 김지혜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에어컨에서 번식하기 쉬운 레지오넬라균 감염과 초기 증상이 비슷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재민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냉방병은 사실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말로 공식적인 의학용어는 아니며 냉방과 관련해 일어나는 임상 증상을 통칭하는 것”이라며 “감기나 코막힘, 기침 같은 호흡기 장애와 고열, 두통, 근육통, 소화불량, 설사 등 다양하다”고 했다.
냉방병 예방법도 온열질환과 마찬가지로 수분 섭취를 권한다. 냉방된 실내에서 종일 생활해야 한다면 피부를 노출시키지 않도록 얇은 긴팔을 착용하는 게 좋다. 밤에 잘 때는 냉방기를 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