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와 바람을 피운 남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여성에게 징역 18년의 원심판결이 파기되고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고법 형사1부(재판장 진성철)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여·30)씨에 대해 징역 18년을 선고했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29일 대구 북구의 한 모텔에서 동갑내기 남자친구 B씨의 목과 가슴 등을 흉기로 약 20회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남자친구 B씨가 자신과 만나면서도 C씨(47)와도 교제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문제로 여러 차례 다퉜고, 그러다 A씨는 B씨를 살해키로 마음먹었다. A씨는 남자친구를 모텔로 불러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먹인 뒤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A씨는 어린 시절 친부로부터 학대를 당한 트라우마가 있어 대인관계가 좁았으며, 연인이었던 B씨에게는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 어머니에게 B씨를 소개할 만큼 B씨를 신뢰했다. A씨는 법정에서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당해 당시 감정 조절이 안됐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앙심을 품어 B씨를 살인하려고 계획적으로 준비한 점,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며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A씨는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A씨는 수면제를 먹어 의식이 없는 상태인 B씨를 흉기로 찌른 것이 아니라 B씨가 정신이 든 다음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죽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A씨는 “수면제를 먹인 뒤 생각이 바뀌어 B씨와 C씨의 불륜 사실을 세상에 알려 망신을 주려고 했지만, 수면제에서 깬 B씨가 ‘그렇게 하면 칼빵과 총으로 쏴서 너를 죽이겠다’고 말했다”며 “그 말을 듣고 배신감과 모욕감을 느꼈고, 정신을 차려보니 B씨를 죽인 뒤였다”며 계획 살인이 아닌 우발적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이같은 주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었다가 잠에서 깨어나 구토를 하고 샤워를 한 사실이 인정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수면제에 취해 침대 위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어 “자신의 잘못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 범행 현장에서 스스로 경찰에 신고해 자수한 점, 심신미약에 이르지 않았으나 우울증 등 다소 불안정한 정신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 당심에 이르러 유족을 위해 3000만원을 공탁하는 등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을 종합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