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 中 중신궈지(SMIC), ASML 장비 없이 7나노 성공?

입력 2022-07-22 12:22
수정 2022-07-23 09:05

미국의 제재로 첨단 장비 도입이 막힌 중국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업체(파운드리) 중신궈지(SMIC)가 최근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7㎚급 공정을 상용화한 파운드리에 삼성전자와 대만 TSMC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캐나다의 반도체 분석업체인 테크인사이츠는 비트코인 채굴장비 제조업체 마이너바가 최근 내놓은 제품에서 SMIC가 제조한 것으로 보이는 7㎚ 반도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인 마이너바는 2021년 7월 자사 장비에 7㎚ 칩을 장착했다고 발표했으며 제조를 어느 파운드리에 맡겼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테크인사이츠는 SMIC의 최신 반도체를 통해 중국이 서방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중신궈지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5%로 세계 5위, 중국 1위를 달리고 있다. 기술력은 2020년 14㎚급 공정을 상용화한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TSMC는 2014년께 이미 14㎚에 돌입했으며 2020년에 7㎚를 상용화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 공정 양산도 시작했다.

업계에선 7㎚ 이상의 초미세공정을 개발하기 위해선 네덜란드의 장비업체 ASML만 생산할 수 있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필수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SMIC는 2020년부터 미국의 제재를 받으면서 ASML의 최신 장비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중신궈지에 국가안보를 이유로 두 가지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하나는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장비나 소재, 소프트웨어 등을 쓰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제재다. 미국은 이를 바탕으로 네덜란드 정부에 ASML이 최신 장비를 SMIC에 팔지 못하도록 요구했다. 다른 제재는 미국인이나 미국 기업이 투자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다.

다만 중신궈지가 실제로 7㎚ 공정 개발에 성공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반도체 전문가인 고영화 베이징 한국창업원 원장은 "ASML의 장비 없이 7㎚급 공정을 상용화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며 "마이너바는 중신궈지가 아니라 TSMC에 생산을 맡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중신궈지가 7㎚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면 미국의 제재 효과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반도체와 관련해 제재한 중국 대표 기업으로는 화웨이와 중신궈지가 있다. 화웨이는 최고급 스마트폰용 반도체의 설계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하도록 하고 생산은 TSMC에 맡겨 왔다. TSMC가 미국의 제재로 2020년 9월부터 화웨이의 주문을 받지 않으면서 화웨이의 스마트폰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대응해 반도체 전체 공정의 국산화를 서두르고 있다. 2019년 조성한 2040억위안 규모의 2차 국가반도체산업펀드를 중신궈지와 자국 장비업체들 지원에 대부분 투입하고 있다. 중신궈지가 7㎚ 공정을 상용화했다면 중국의 장비업체들이 실력을 그만큼 끌어올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