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도전이 무산된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6·1 지방선거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된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공천을 스스로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의 '폭로'에 여당에서는 "방탄조끼가 필요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자리를 빼앗은 게 아니냐는 의심도 확신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박 전 위원장은 22일 공개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선거 당시에도 이 의원은 자신을 공천해 달라고 직접 요청했다"며 "이 의원이 본인을 이제 (인천 계양을 지역으로) '콜'(call)해 달라고 직접 전화해 압박을 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호출(공천)을 안 하면 당장 손들고 나올 기세로 말해 공천 결정을 했지만, 그 후 옳지 않다는 판단에 지금까지도 후회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위원장은 이 의원에 대해 "이 의원도 자기가 부릴 수 있을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저를 비대위원장에 앉힌 건데 본인의 뜻대로 하지 않으니까 거기에 많이 불만을 표출하신 것이 아닌가"라며 "대의를 위한 사람인 줄 알았으나 지금은 자기의 안위를 더 중요시하는 것 같다. 기회주의자"라고 비판했다.
박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시절 매주 월요일 열린 당 고위 전략회의에서도 무시당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눈도 안 마주치고 제 얘기를 아무도 듣지 않았다"며 "그냥 대놓고 무시당하기 싫어서 비공개회의를 다 없애고 싶었다"고도 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5월 6일 당시 이재명 상임고문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전략공천하기로 의결한 뒤 "최근 지도부가 이 고문에게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 직접 출마해줄 것을 요청했고, 그것에 대해 이 고문도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천 계양을은 송영길 전 대표가 내리 5선 의원을 지낸 민주당의 대표적 우세지역으로 꼽혔다.
한편, 박 전 위원장의 인터뷰가 공개되자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의원이 지난 보궐선거에서 인천 계양을에 자신을 추대할 것을 '셀프 요청'했다는 폭로가 나왔다"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 의원은 수족처럼 부릴 아바타가 필요해 박 전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직에 앉힌 게 된다"고 적었다.
박 대변인은 "'방탄조끼가 필요해 누울 곳을 찾다 송영길 전 대표의 자리를 빼앗은 게 아니냐'는 의심도 확신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대선, 지선 내리 패배한 사람 한마디에 인사와 공천이 좌지우지되는 꼴이라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 의원의 사당(私黨)이냐"며 "박 전 위원장의 폭로에 이 의원은 똑바로 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