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십억원의 벌금을 내는 것을 거부하던 치과의사의 가족·지인을 설득해 벌금액 전부를 받아냈다. 하루 일당이 수백만원에 달하는 ‘황제 노역’을 검찰이 막아낸 사례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집행 2과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포탈 혐의로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53억원을 선고받은 기업형 사무장 치과 대표 김모씨(53)의 벌금 집행을 최근 완료했다.
김씨는 2008~2011년 치과 지점 30여 개를 운영하면서 수익을 조작했다. 이 과정에서 종합소득세 약 53억원을 포탈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지난해 4월 유죄를 확정받았다. 그러나 김씨는 납부 독촉을 받은 뒤에도 벌금 납부를 거부했다.
현행법에는 ‘환형유치제’가 있다. 벌금 등을 내지 못할 경우 노역장으로 대신하는 제도다. 재산이 없는 취약계층 등을 위한 제도지만, 거액의 벌금을 내지 않고 하루 수백만원짜리 노역장으로 때우는 악용 사례도 나오면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벌금 53억원을 선고받은 김씨의 환형 유치일은 1000일이었다. 김씨가 납부를 거부한다면 하루 530만원에 달하는 노역으로 대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씨의 판결문과 수사기록을 검토한 검찰은 그가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이 가족과 동업자에게 공유된 정황을 포착했다. 이후 이 정황을 토대로 김씨에게 선고된 벌금을 내라며 가족과 동업자 등에 대한 설득에 나섰다. 검찰은 지속적인 설득과 납부 독려 끝에 판결 확정 후 1년3개월 만인 지난 18일 이들로부터 김씨의 벌금 전액을 납부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실질적인 형 집행과 범죄수익 환수라는 검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