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안 왔다" 항의하던 女, CCTV 확인하더니…

입력 2022-07-22 10:27
수정 2022-07-22 15:05

택배를 수령하고도 받지 못했다고 거세게 항의한 여성이 적반하장 태도를 보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1일 MBC '엠빅뉴스'는 한 달 전 택배 기사 김모 씨가 겪은 사연을 보도했다. 김 씨가 공개한 녹취록과 문자메시지 내역 등에 따르면, 김 씨는 나흘 전인 6월 16일 여성 A 씨의 택배를 A 씨의 집 주소로 배송했다.

당시 A 씨는 "배송이 됐다는 알림 문자를 받았지만 실제로 물건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분명히 물건을 배송했기에 "확인 좀 다시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A 씨는 "해외직구라 열흘 이상 이것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가 모르겠느냐. (택배가 오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A 씨가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택배는 2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물품이었다.

김 씨는 일단 자기 돈으로 보상하고 물건을 찾으면 환불받기로 했다. 이후 그는 혹시나 물건이 도난당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경찰을 대동해 건물 CCTV를 확인하자고 했다.

이에 A 씨는 "여기는 CCTV가 없다"고 말했고, 김 씨는 수상한 느낌에 A 씨의 집으로 다시 가봤다. A 씨의 말과는 달리 CCTV가 설치돼 있었고, 김 씨가 A 씨의 집 앞에 문제의 택배를 배송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택배를 가져간 사람은 다름 아닌 A 씨였다. 김 씨가 배송한 이튿날 새벽, A 씨는 문을 열고 택배를 자기 집 안으로 들였다.

A씨는 "사고 접수는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며 재차 항의 전화를 해왔다. 이에 김 씨는 "다시 한번 기회를 드릴 테니까 집안에 한 번 찾아보시라"고 돌려 말했다.

하지만 A 씨는 "저한테 기회를 주신다는 게 무슨 소리냐. 지금 짜증 나네. 무슨 소리 하시는 거냐"며 "여기 앞에다 둔 게 맞냐. 누가 훔쳐 갈 수도 있지 않냐. 없다니까요!"라고 신경질을 냈다.

결국 김 씨는 "내일까지 사과 문자 안 오면 바로 경찰에 접수하겠다"며 "증거 있다. 말조심하셔라. 기회 드릴 때 확실하게 입장 표명하라"고 으름장을 놨다.

그런데도 A 씨는 "내가 가져갔다는 증거도 없지 않냐", "우리 집엔 아예 없다", "사람 짜증 나게 뭐 하시는 거냐", "저한테 사과 한마디도 없고", "2주나 기다린 바지인데 왜 기억을 못 하겠냐. 난 떳떳하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그로부터 1시간 뒤, A 씨는 김 씨에게 CCTV 영상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듯 돌연 사과 문자를 보냈다. A 씨는 "다시 생각하고 찾아보니 배송돼있었다. 쇼핑몰 사진이랑 너무 달라서 다른 옷이 온 줄 알았다. 제 착오로 기분 상하게 해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김 씨가 "경찰서에서 얘기하자"고 답하자, 궁지에 몰린 A 씨는 "네? 기회 주신다면서요. 제 남자친구가 변호사예요"라고 또다시 태도를 바꿨다.

어이가 없었지만, 경찰 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밝힌 김 씨는 "(A씨 때문에) 고객을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에 동료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이렇게 그냥 넘어가 버리면 다른 기사님들이 포기해버린다. 이왕이면 이런 (증거) 자료가 있으면 이렇게(법적으로 처리가) 된다고 해서 같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제보 취지를 밝혔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