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부족의 역설.’
현대자동차가 2분기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한 가장 큰 배경이다. 공급량을 훨씬 능가하는 초과수요 덕에 판매 인센티브를 줄이면서 차를 비싸게 팔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의 글로벌 대기수요는 여전히 120만 대 수준으로, 3분기에도 실적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고수익車 끌고, 환율 밀고현대차가 21일 발표한 2분기 경영실적을 뜯어보면 고가 제품 중심의 믹스(차종별 비중) 개선이 가장 눈에 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 탓에 전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3% 줄었지만, 고가 차량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다. 특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비중이 52.4%로 전년 대비 5.1%포인트 높아졌다. 1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50%를 넘겼다. 투싼 하이브리드, 아이오닉 5, 팰리세이드 부분변경 모델이 선전했다.
제네시스의 활약도 컸다. 플래그십 세단 G90 판매는 전년 대비 197.5% 급증했다. 이 덕분에 제네시스가 전체 차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3%에서 5.4%로 늘어났다. 전기차 판매도 49.1% 급증했다. 글로벌 히트작 아이오닉 5에 GV70 EV, GV60 등 신차들이 가세한 덕분이다.
2분기 매출 증가분(5조6740억원) 중 절반에 달하는 2조5800억원이 믹스 개선 영향이라는 게 현대차의 분석이다. 영업이익 증가분(1조940억원)은 대부분 믹스 개선(1조330억원)에서 비롯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2분기 판매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 덕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도 한몫했다. 원화 약세는 글로벌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달러로 받은 대금을 원화로 바꿀 때도 이익이다. 2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전년 동기 대비 12.3% 상승한 1260원에 달했다. 현대차는 환율 효과에 따른 매출 증가분이 2조1540억원, 영업이익 증가분은 6410억원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역대 최대 실적 전망하반기 전망은 더욱 밝다. 주요 시장의 재고 수준이 여전히 매우 낮아 판매 인센티브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데다 발목을 잡아온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도 완화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국내 미출고 물량만 6월 말 기준 64만 대에 달한다”며 “유럽과 미국에서도 대기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선 6월 말 기준 대기물량이 14만 대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것도 하반기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구 전무는 “미국 시장은 수요 위축 우려에도 SUV 선호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10월부터는 앨라배마 공장에서 싼타페 하이브리드를 생산해 친환경차 수요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공급난 완화에 따라 하반기 신차 출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이달 전기 세단 아이오닉 6 사전예약을 앞두고 있으며, 연말에는 신형 그랜저를 내놓는다. 최근 노사가 4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협상을 마무리하면서 노조 리스크도 사라졌다는 평가다.
두 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현대차는 올해 전체적으로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하반기 산업별 전망에서 “반도체 공급난 완화로 완성차 생산량 회복세가 지속할 전망”이라며 “풍부한 백오더(주문 대기)와 적은 재고, 원화 약세 등에 따라 평균판매단가(ASP)가 강세를 보여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일규/김형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