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봉쇄·공급망 지옥 악재에도…테슬라, 차값 올려 '실적 방어'

입력 2022-07-21 17:17
수정 2022-07-22 00:24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공급망 위기에도 올 2분기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냈다. 중국 상하이 봉쇄 조치와 배터리·반도체 등 부품 수급난 속에 전기차 가격을 인상해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콘퍼런스 콜에서 “최근 수년간 ‘공급망 지옥’을 겪었지만 2분기 놀라운 실적을 거뒀다”고 말했다. 공급난에도 호실적
테슬라는 2분기 169억달러(약 22조2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2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수치로 월가 전망치인 165억달러도 넘어섰다. 2분기 순이익은 22억5900만달러(약 3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11억달러)에 비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순이익도 월가 전망치인 19억달러를 웃돌았다.

전기차 인도량은 25만4695대로 지난해 20만1304대보다 27% 늘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도 2.27달러로 전망치(1.81달러)를 넘어섰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실적 호조에 힘입어 소폭 상승했다. 장 마감 후 실적이 공개되자 시간 외 거래에서 1.45% 올랐다.

2분기 실적이 월가 기대를 넘어섰지만 1분기에 비해선 저조하다. 테슬라의 2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1분기에 비해 각각 9%와 31% 줄었다. 전기차 인도량도 1분기(31만 대)보다 5만여 대 감소했다. 직전 분기에 비해 전기차 인도량이 줄어든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다. 수익성도 악화했다. 영업이익률은 14.6%를 기록해 1분기(19.2%)보다 4.6%포인트 떨어졌다.

테슬라의 수익성이 악화한 것은 2분기 내내 악재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부터 2개월간 이어진 중국의 상하이 봉쇄 조치가 직격타였다. 테슬라의 상하이 기가팩토리 가동이 중단돼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올 들어 리튬 등 핵심 원자재 가격도 폭등했다. 5월에 머스크 CEO가 독일과 미국 공장을 두고 “돈 먹는 용광로 같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하반기 실적 더 좋아질 것”테슬라는 가격 인상으로 위기 극복에 나섰다. 테슬라의 2분기 평균 판매가는 5만7331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머스크 CEO는 “(가격을) 계속 올릴 수는 없다. 솔직히 현재 판매가는 당황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테슬라는 하반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하이 공장을 정상 가동하고 미국 오스틴 공장과 독일 베를린 공장의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란 설명이다. 이를 통해 생산량을 주당 4만 대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머스크 CEO는 “현재 테슬라는 수요가 생산량 대비 훨씬 많아 소비 침체를 우려하지 않는다”며 “올해 전기차 판매량을 전년 대비 50% 이상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테슬라는 2분기 실적과 함께 비트코인 보유 현황도 공개했다. 올 2분기 보유 비트코인의 75%를 매각해 9억3600만달러(약 1조228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지난해 2월 15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올해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자 손절매한 것으로 풀이된다.

머스크 CEO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언제 완화될지 불확실해 비트코인을 대량 매도했다”며 “지금은 현금 보유량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테슬라가 비트코인 투자로 얼마나 손실을 보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2분기에 더 좋은 실적을 올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각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머스크 CEO를 비난하기도 했다. 머스크가 5월에 “비트코인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