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은 가계와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 국가경제 발전을 지원하면서 경제 위기 때는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한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금융지주사들은 소방수 역할을 맡아왔다. 금융지주사들의 핵심 계열사인 시중은행들은 2020년부터 신규대출과 만기연장, 이자납입 유예 등을 통해 499조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소상공인 등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계층에 대한 금융지원도 20조52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경제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고 금융지주사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금융지주사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에 맞서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모바일 앱에 힘싣는 금융지주사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BNK DGB JB 한국투자 메리츠금융 등 10개 금융지주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연결기준) 규모는 21조1890억원으로 2020년(15조1184억원) 대비 40.2%(6조706억원) 증가했다. 금융지주사 순익이 2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금융지주사들은 몸집도 불렸다. 금융지주사 총자산은 3203조원으로 전년 말(2946조원) 대비 8.7%(257조원) 증가했다. 금융지주사는 사업 확장은 물론 해외진출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작년 금융지주 자회사는 총 290개로 전년보다 26곳 늘었다. KB와 신한지주의 헬스케어 회사 편입과 해외 자회사들이 새로 편입됐다. 금융지주사들은 모바일 앱 분야에서 빅테크와의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국민은행 KB스타뱅킹 앱을 중심으로 고객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넘버원 금융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KB부동산과 KB차차차, 헬스케어 등 비금융 플랫폼과의 연계를 통해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KB금융은 KB모바일인증서를 통해 KB증권과 KB카드, KB손해보험 등 계열사 앱 간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한 그룹 플랫폼 생태계도 구축했다. KB증권의 모바일증권거래시스템(MTS) ‘마블(M-able)’은 해외주식 소수점 매매 서비스를 제공해 ‘서학개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신한금융그룹은 ‘더 쉽고 편안한, 더 새로운 금융’을 모토로 디지털 플랫폼 혁신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금융 앱 ‘신한 쏠(SOL)’은 사용자 환경 및 경험(UI·UX) 환경을 개선했다. 신한카드는 ‘신한 플레이(pLay)’ 앱에 고객서비스(CS) 기능과 무선형 아이폰 터치 결제 기능을 선보였다. 비금융 서비스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출시한 배달 앱 ‘땡겨요’에서 가맹점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인 2%대로 적용했다. 앱에 모인 데이터를 통해 가맹점주와 배달 라이더에 특화한 금융상품도 개발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모든 서비스를 통한 원스톱(One-Stop) 금융 플랫폼 ‘신한플러스’도 운영 중이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은행의 모바일 앱인 ‘하나원큐’에 은행권 최초로 얼굴인증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이 1초 만에 간단히 로그인할 수 있고 공동인증서나 보안카드, 일회용 비밀번호(OTP) 없이도 쉽고 빠르게 이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나원큐는 오픈뱅킹 기능을 바탕으로 타행과 보험, 증권 등 모든 금융기관의 금융자산을 통합 관리해 주는 자산과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은행권 최초로 라이브커머스를 통한 금융상품 및 서비스 판매를 시작한 것도 하나금융의 특징이다. 하나은행의 자체 유튜브 채널에서 시작해 롯데온과 11번가, NS홈쇼핑 등 전문 커머스 채널까지 진출했다.
우리금융그룹은 고객이 화상 상담 직원으로부터 일반 창구 수준의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디지털데스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고령층 등 디지털 금융 취약 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초소형 채널인 디지털 익스프레스 점포에도 힘을 쏟고 있다. 우리금융은 ‘WON컨시어지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우리금융 뱅킹 앱인 우리WON뱅킹의 WON컨시어지 전용 페이지를 통해 전담 직원 1 대 1 매칭, 고객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만기 관리, 이벤트 안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SG 경영 통해 ‘동반성장’
농협금융은 올해 출범 10주년을 맞아 농협만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 강화에 나섰다.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제로(0)로 만들겠다는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한 게 대표적이다. 농협금융 계열사들은 ESG 특화 상품인 ‘올바른지구’ 시리즈도 선보였다. 대중교통과 전기차를 이용하면 카드 청구할인을 해주는 ‘올바른지구카드’부터 ESG 투자 철학을 반영한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 ‘NH아문디 올바른지구 OCIO 자산배분펀드’, ESG캠페인에 참여하면 우대금리를 주는 ‘NH나무올바른지구 적립형발행어음’ ‘NH FIC 올바른지구 정기적금’ 등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ESG 경영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BNK금융그룹은 동남권 지역 기업에 ESG 컨설팅을 제공하면서 동반성장을 강화하고 있다. BNK금융은 지난해 10월 부산·울산·경남상공회의소와 함께 ‘동남권 ESG포럼’을 발족했다. 지역 기업인들에게 동남권 ESG포럼을 통해 ESG경영의 중요성을 알리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면서 ESG 경영체제를 함께 확산하자는 취지에서다. BNK금융은 이러한 노력 덕분에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서 실시한 ’2021년 ESG 평가’에서 3년 연속으로 통합등급 A+ 등급을 받았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