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감염된 뒤 면역이 최단 3개월 동안은 지속된다는 통념은 이제 ‘옛 이야기’가 됐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염병 전문가들을 인용해 오미크론 세부계통 변이인 ‘BA.5’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과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사람이 재감염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기존 코로나19 감염자가 90일이 지난 뒤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올 경우 재감염으로 보고 있다. 90일 이내에 재감염될 확률은 극히 낮다는 게 그 동안 중론이었다.
하지만 BA.5를 비롯한 변이가 확산되면서 재감염에 이르는 간격이 짧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BA.5의 경우 특히 면역회피 특성이 강하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호주 보건당국은 최근 재감염의 정의를 지난 감염에서 회복된 뒤 28일 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호주의 기존 재감염 기준은 12주일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UCSF)의 피터 친 홍 교수는 다른 변이에 감염됐던 사람이 4주~8주 안에 BA.5에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90일 동안은 재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예전처럼 지키지 않는 점도 재감염까지의 간격을 단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존 훼리 면역학연구소 소장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90일 동안은 비교적 재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이동 제한 등이 지켜지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중반에나 유효했던 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에 이미 감염됐다 해서) 자신이 코로나19에 무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단 전문가들은 같은 변이에 몇 주 또는 몇 달 안에 재감염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데 의견을 대체로 같이 하고 있다. 최근 BA.5에 감염됐던 사람이 3~4개월 안에 또다시 BA.5에 재감염될 가능성은 낮다는 뜻이다.
지난 19일 우리나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10일 0시까지 재감염 추정 사례는 누적 7만7200건으로 추정된다. 이달 첫주(7월 3~9일) 신규 확진자 중 재감염 추정 사례의 비중은 2.88%로 집계됐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