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팔자’로 일관한 외국인이 이달 국내 증시로 다시 돌아오면서 코스피지수를 견인하고 있다. 낙폭이 컸던 반도체와 2차전지 등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5945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14~19일은 4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면서 1조366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상반기 내내 외면했던 반도체주에 매수세가 몰렸다. 이달 들어(5~20일)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5324억원, SK하이닉스를 379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1, 2위였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를 9조23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3~6월 넉 달 동안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 1위로 꼽혔다. 외국인은 지난달에만 3조550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도체 수요 감소 우려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국내 증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삼성전자를 대거 팔았다.
분위기는 최근 확 바뀌었다. TSMC가 예상을 넘는 실적을 내놓은 데다, 삼성전자 주가도 “낙폭이 지나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섰다.
2차전지 관련주에도 외국인의 돈이 몰렸다. 외국인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1175억원, 삼성SDI를 1281억원, LG에너지솔루션을 34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도 실적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SK텔레콤(순매수액 1086억원)과 에쓰오일(785억원)도 외국인이 많이 산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외국인 매수세는 장기투자 성격의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5~6월 사이 국내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뮤추얼펀드와 기금 중심인 미국계 자금 및 ‘핫머니’ 성격을 지닌 유럽계 자금이 주를 이룬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엔 노르웨이와 싱가포르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장기투자 성격의 자금이 들어오면서 국내 주식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