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유전체를 읽고 해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유전체를 쓰거나 창작하는 단계로 도약했습니다. 합성생물학은 전통적인 생물학에 난제였던 속도 등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입니다. 정부는 합성생물학을 위한 바이오 파운드리를 구축해 산업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20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한국 합성생물학 발전협의회’에 참석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같이 밝혔다. 국내에서도 합성생물학 분야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출범식에는 이 장관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위원장과 학계 인사, 바이오 기업들이 자리했다.
합성생물학은 레고를 조립하는 것 처럼 생물의 유전체 정보를 설계하는 학문이다. 기존의 생물학이 관찰 위주의 탑다운(top-down) 방식의 연구 방식이었다면, 합성생물학은 유전체부터 설계해 위로 쌓아 올리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이다. 바이오매스와 같이 필요한 물질을 생산하는 대장균 등을 제작하는 데 사용된다.
최근에는 연구 분야를 넘어 산업계까지 합성생물학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발전협의회에는 롯데케미칼, 마크로젠, 샘표식품, 스탠다임 등 15개 기업이 참여한다.
출범식에서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공동위원장)는 “합성생물학은 모든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 유전자를 설계, 합성해 제약 분야의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며 “바이오플라스틱이나 천연 고무를 만드는 미생물을 생산하는 것도 합성생물학의 일환으로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상엽 KAIST 연구부총장(공동위원장)은 “향후 10~20년간 세계 경제 파급 효과가 연 4조 달러(약 5246억원)로 예상된다”며 “보건의료, 농수산식품, 소비재 및 서비스 순으로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전협의회는 합성생물학 관련 정책자문, 국내외 연구협력 활성화, 산학연 네트워크 구축 등을 맡아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발전협의회는 주요사항을 결정하는 추진위원회와 분야별 세부 논의를 위한 기술·산업분과, 교육·네트워크분과, 정책·제도 등 3개의 분과로 운영될 계획이다.
발전협의회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산학연의 협력과 바이오 파운드리 구축이다. 바이오 파운드리는 반도체 파운드리처럼 합성생물학을 위한 공정 인프라를 의미한다. 설계(design), 제작(build), 테스트(test), 인공지능(run) 등 네 단계로 구성돼 있다.
조승래 의원은 “합성생물학이 곧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바이오 파운드리 구축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이 연구부총장은 “바이오 파운드리는 생물체의 표준화라는 합성생물학의 핵심 강점을 구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모더나, 카리부 바이오사이언스, 신로직(synlogic) 등의 바이오 기업이 합성생물학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과기부는 합성생물학의 발전협의회 출범과 함께 관련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고서곤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합성생물학 연구진흥 및 지원에 대한 법률’의 초안을 마련한 상태로 오는 10월 공청회를 거쳐 12월 법안 발의를 목표하고 있다”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