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에서 북한군에 피격당해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유족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정한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하라는 내용이다.
고인의 형인 이래진 씨와 구충서·김기윤 변호사는 2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소송 취지를 설명하고, 대통령기록관장을 상대로 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이번 소송은 최근 대통령기록관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다. 대통령기록관은 지난달 22일 이씨의 정보공개 청구에 불응하며 "해당 기록물이 부존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씨는 "국가안보실의 자료와 '대통령의 시간'이라는 6시간 동안 국가와 대통령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자 대통령기록물 열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씨는 동생이 숨진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청구했다가 거부 처분을 받았다. 이에 불복해 국가안보실장, 해양경찰청장을 상대로 소송을 내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후 국가안보실과 해경이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 5월 문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서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됐다.
정권 교체 후 국가안보실과 해경이 항소를 취하해 정보를 공개하라는 취지의 1심 판결을 확정했지만, 이씨의 청구에 대통령기록관은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씨는 행정소송과 별도로 지난 4월 "법원에서 공개하라고 판결한 정보까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할 수 있게 권한을 부여한 대통령기록물법이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씨의 소송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이 부분에 위헌 결정을 내린다면 대통령기록관장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도 무난히 승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건과 관련한 군 기밀·국가정보원 첩보 보고서 삭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전 해경청장 등이 이대준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도 인천지검에서 넘겨받아 직접 수사키로 했다.
이씨의 유족은 지난해 10월 김홍희 전 해경청장과 윤성현 남해해양경찰청장을 사자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처벌해 달라고 고소했다. 2020년 9월 이씨가 사망하고 1주일 뒤 해경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의 도박 기간, 횟수, 채무 금액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며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것을 문제로 삼은 것이다.
경찰은 지난달 김 전 청장 사건은 각하, 윤 청장 사건은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했다. 하지만 이달 13일 유족의 이의신청으로 인천지검에 사건을 송치했다. 중앙지검은 삭제 의혹을 수사 중인 공공수사1부에 사건을 배당, 관련 자료를 살펴볼 예정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