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오기 전 승리해야"…길어지는 전쟁에 조급해진 우크라이나

입력 2022-07-20 15:50
수정 2022-08-12 00:01
우크라이나가 전쟁이 올겨울을 넘겨 장기화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서방국가의 대러시아 제재 수위가 약해질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우크라 "전쟁 길어지면 러군 방어선 공고해져"이날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올해 겨울에 끝나지 않고 길어지면 러시아군이 점령지에 방어진을 공고히 구축할 시간을 벌게 된다”며 “우리가 반격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르마크 비서실장은 “미국이 우리에게 무기를 충분히 지원해서 겨울 전에 승전고를 울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러시아는 장기 소모전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겨울이 오기 전에 러시아군을 몰아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서방국가의 제재 대열이 흐트러질 거란 우려에서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으로 제재 강도가 약화하면 우크라이나 군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 러시아군은 전쟁 초기 겪었던 작전 실패를 밑거름 삼아 신중하게 전진하는 상황이다. 손실이 줄어들자 우크라이나군이 열세에 빠졌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미국에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도가 하락세다.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왔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 여론이 악화되면서 ‘언제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거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간선거 전에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안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이날 5억달러(약 600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회원국들은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위기에 각자도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방국가가 결국 우크라이나 지원을 끊을 거란 비관론이 나온다. 신중해진 러군, 전력 가다듬고 장기전 전쟁 초기와는 다른 양상이다. 러시아군은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진격하며 속전속결 전략을 폈다. 한 달을 못 버틸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가 방어에 성공했다.

서방국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기 시작하자 러시아군은 전략을 수정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와 남부 흑해 연안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는 상황이다. 러시아군은 돈바스 지역의 거점인 루한스크주를 점령했고, 남은 거점인 동부 도네츠크주를 공략하려 전력을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효과를 보며 러시아군이 진군 속도가 늦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고기동다연장로켓(HIMARS)이 주효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고기동다연장로켓(HIMARS)를 활용해 헤르손에 있는 러시아군의 병참기지를 요격하고 있다. HIMARS의 사거리는 70~80㎞로 알려졌다.

호주 육군 소장 출신이자 미국 합동참모본부 전략고문을 역임한 믹 라이언은 “우크라이나군이 적재적소에서 HIMARS를 활용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의 병참기지를 비롯해 전술본부와 방공포대를 요격하고 있다. 러시아 방공체계가 붕괴되고 나면 공군 공습도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 남부 헤르손 쟁탈전이 분기점ABC뉴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에 있는 헤르손 쟁탈전이 전쟁의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 헤르손은 현재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다. 러시아가 헤르손을 우크라이나군에 뺏기면 2014년에 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 통제권을 상실할 수 있다.

헤르손이 크름반도의 상수원이자 인근 수력발전소와 맞닿은 요충지라서다. 뉴욕타임즈(NYT)의 분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이달 초부터 헤르손 인근에서 점령지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영국 국방부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 예비군을 배치할 것인지, 남부 헤르손에 방어를 우선할 것인지 사이의 딜레마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