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탈원전' 이끌 한수원 사장 놓고 황주호·이종호 2파전

입력 2022-07-20 10:49
수정 2022-07-20 13:58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강화 정책을 이행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와 이종호 전 한수원 기술본부장 2파전 양상이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두 후보로 압축해 막바지 인사 검증에 나서면서다. 황 교수는 국내 최고의 사용 후 핵연료 전문가이고, 이 전 본부장은 오랜 기간 현장을 책임진 기술자라는 점에서 이론과 실무의 대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공운위는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이종호 전 한수원 기술본부장,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유연백 전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관, 조병옥 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직무대행 등 5명의 한수원 사장 후보 가운데 황 교수와 이 전 본부장을 최종 후보로 사실상 압축하고, 인사 검증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황 교수는 국내 최고의 사용후핵연료 전문가로 손꼽힌다. 국가에너지위원회 갈등관리위원회 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TF’ 위원장을 맡는 등 원전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인 사용 후 핵연료 문제를 잘 다룰 수 있는 후보로 거론된다. 특히 민관을 가리지 않고 각종 자문위원회에 두루 참가하면서 원전 산업 발전에 기여해왔다는 평가다. 경기고·서울대 출신으로 정권 실세들과 가깝다는 점도 강점이다.

한수원과의 인연도 깊다. 지난해 한수원 원전안전자문위원장을, 2019년에는 한수원 혁신성장위 공동위원장을 맡아서 외부 전문가로서 한수원을 측면 지원했다. 다만 전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에 앞장섰던 정재훈 한수원 사장을 지속해서 지원해왔다는 점은 인사 검증 과정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수원 내부 관계자는 "정 사장이 후임자와 이·취임식을 같이 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며 "내부에선 황 교수를 염두에 둔 이야기로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 교수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이종호 전 한수원 기술본부장은 내부 출신이라는 점과 탈원전 정책 반대에 앞장선 원전 전문가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신고리 5·6호기가 건설 중단되었을 때 이를 공론화하는 데 앞장섰다. 특히 이번 정부 대선캠프에 합류해 주한규 서울대 교수와 함께 윤 정부의 에너지 정책 수립에도 기여했다. 한수원 내부 직원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점도 강점이다. 다만 큰 조직을 이끈 경험이 없는 기술자 출신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운위는 인사 검증을 끝마치는 대로 이달 말까지 2명의 후보를 최종 확정해 한수원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후 한수원은 주총을 열고 단수 후보를 선정한 뒤 정부의 승인 절차를 거친다. 2001년 출범 후 내부 출신 사장을 배출하다가 2012년부터 관료 출신에 사장 자리를 내준 한수원은 10여년 만에 비관료 출신 사장을 배출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늦어도 다음 달에는 한수원 사장이 최종 결정될 것"이라며 "탈원전 정책으로 궤도를 이탈한 한수원의 역할을 다시 재정립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임 사장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설명했다.

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