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캠퍼스에서 여학생이 성폭행 당한 후 숨진 가운데, 대학에서 이같은 성폭력 문제를 예방하고 대응할 인권센터 운영에 재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부터 전국 모든 대학은 대학 내 성폭력·갑질 등에 대응하는 인권 센터를 반드시 설치해야 하지만,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방대학들은 이를 실제로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390개 대학 중 지난해 10월 기준 인권센터를 설치한 대학은 129개다. 고등교육법 개정에 따라 지난 3월 24일부터 전국 모든 대학은 의무적으로 인권센터를 설치해야 한다. 계도기간은 올해 상반기까지였기 때문에, 260개 넘는 대학이 올해 들어 6개월 이내에 새로 인권센터 만들어야 했다.
대학 인권센터는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성폭력, 갑질 등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하고 상담, 조치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 지침에 따라 매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가정폭력, 성폭력 예방 교육 등도 시행한다.
재정이 부족한 지방대학들은 자체적으로 인권센터를 운영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인력 부분에서는 인권업무에 전문성이 있는 부교수 이상 교원이나 외부 전문가를 센터장으로 채용해야 하고, 외부전문가 포함된 운영위원회도 두어야 한다. 상담을 원하는 피해자나 센터 실무자의 안전을 위해 별도의 시설을 확보하고, 센터 안에 CCTV까지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권센터에 투입되는 예산과 인력은 대학 상황에 따라 90배까지 차이가 난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전국 11개 국·공립대학교로부터 제출받은 ‘대학인권센터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북대 인권센터는 지난해 1년 예산이 1370만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서울대 인권센터에는 전북대의 90배가 넘는 12억3528만원 예산이 배정됐다. 인천대(1374만원), 경상대(3678만원) 등도 예산 규모가 영세하다.
전담인력도 차이가 많이 난다. 전남대와 전북대, 인천대는 전담인력이 3명인 반면, 서울대는 13명이 배치돼있다.
대학 재정 상황에 따라 인권센터 여건에도 차이가 크지만, 교육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유일한 지원사업은 지난 4월부터 시작한 ‘2022년 대학인권센터 선도 모델 개발 시범사업’인데, 서울과학기술대, 중앙대, 가톨릭관동대, 건국대, 경북대, 창원대, 충남대 7개 대학만 선정됐다. 총 5억원을 투입해 학교별로 5000만원~7000만원 가량을 지원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권센터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