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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사진)이 "실업률 상승 없는 경기 연착륙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실업률이 오르지 않고 수요초과 상태인 미국의 빈 일자리가 채워질 것이라는 미 중앙은행(Fed)의 예상이 틀렸다는 설명이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거나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해결할 수 있다"는 Fed의 주장을 반박해 결과적으로 Fed가 틀렸음을 입증한 서머스 전 장관의 전망이 다시 한 번 적중할 지 주목된다.
18일(현지시간) 한국은행 워싱턴사무소에 따르면 서머스 전 장관은 최근 올리비어 블랑샤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 연구원과 함께 발표한 '베버리지 공간(곡선)에서 나온 Fed에 대한 나쁜 소식'(Bad News for the Fed from the Beveridge Space)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베버리지 곡선은 노동공급을 보여주는 실업률과 노동수요를 나타내는 빈 일자리율(구인율)은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점을 입증한 곡선이다. 영국의 사회복지 제도를 설계한 경제학자 윌리엄 베버리지의 이름에서 따왔다.
서머스 전 장관은 이번 보고서에서 "'실업률을 높이지 않고 일자리 공석을 줄이는 연착륙 경로가 있다'는 Fed의 견해는 달성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실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실업률이 크게 오르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같은 달 30일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려면 노동시장 냉각이 필요한데 실업률 상승없이 일자리 공석이 줄어드는 게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서머스 전 장관은 "현재 미국은 자연실업률이 높아져 과열된 상태이며 과거 사례를 볼 때 실업률이 상승하지 않고 일자리 공석을 줄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는 "일자리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 미스매칭이 개선돼야 하는데 Fed는 이를 통제할 수 없으며 과거에 그런 일이 발생한 적이 없어 앞으로도 그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과거엔 베버리지 곡선이 노동시장을 잘 설명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어 있는 일자리가 많으면 취직이 용이해 실업률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베버리지 곡선이 들어맞지 않을 때가 잦아졌다. 일자리의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경우 비어 있는 일자리가 많아도 여전히 실업률이 높을 때가 늘고 있어서다.
서머스 전 장관도 이같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보고서에서 "1950년 이후 일자리 공석이 정점을 기록한 이후의 실업률 움직임을 분석해 보면, 실업률이 급등하지 않고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었던 사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1953년부터 2007년까지 9회 가량의 기간을 검토한 결과 빈 일자리가 정점을 친 뒤 8분기 동안 실업률이 크게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Fed는 경기 연착륙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월러 이사는 "경기침체가 없는 한 대규모 정리해고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2019년처럼 4.5% 수준의 실업률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