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현장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해고는 징계해고다. 정리해고는 그 요건의 엄격성, 통상해고는 그 요건의 모호성 때문에 실무상 단행하는데 있어서 여러 가지 제약조건들이 있기 때문이다. 징계해고의 경우에는 그 징계의 사유가 존재하고, 징계의 종류가 근로자의 비위행위에 비례하여 적절하게 진행되어야 하며, 적정한 징계절차를 운영하여야 한다. 그런데 징계절차 운영에 있어서 실무상 많은 실수들이 일어나는 것을 흔히 본다. 징계절차가 회사마다 다양하게 이뤄져 있고 그 내용도 상당히 복잡한 경우가 많아서 실제로 운영하는 과정에서 놓치는 부분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비위행위자에 대해서는 엄단하여야 한다는 당위론에 치우친 나머지 징계절차의 디테일한 부분을 등한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판례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또는 이에 근거를 둔 징계규정에서 징계절차를 규정한 것은 징계권의 공정한 행사를 확보하고 징계제도의 합리적인 운영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징계절차를 위배하여 징계해고를 하였다면 이러한 징계권의 행사는 징계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절차에 있어서의 정의에 반하는 처사로서 무효라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4. 4. 12. 선고 94다3612 판결 등). 따라서 징계절차의 엄격한 운영은 반드시 필요하다.
징계절차를 운영함에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소명기회의 부여이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징계대상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징계대상자가 불참한 상태에서 징계의결을 한 것은 중대한 절차상 하자로 무효라는 점을 주의하여야 한다. 특히 소명의 기회부여가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 임의적인 절차인 것처럼 규정되어 있는 경우가 문제가 되는데, 판례는 징계대상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징계과정에서 당사자에게 변명을 하도록 하고 유리한 입증기회를 보장함으로써 객관적 진실을 규명하고 징계처분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징계대상자에 대한 소명의 기회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보면서, 비록 소명의 기회가 임의적인 절차로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징계대상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지 못할 정도로 장소적, 시간적으로 급박한 사정이 있지 않은 경우애는 소명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것을 위법하다고 보기도 하므로 주의를 요한다(서울고등법원 2005. 10. 12. 선고 2005누10783 판결 등).
다만 징계대상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면서 혐의사실 개개에 대하여 빠짐없이 진술하도록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대법원 1995. 7. 14. 선고 94누11491 판결),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징계절차에서 징계대상자자에게 사전에 통고하거나 변명의 기회를 부여할 것을 명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징계절차에서 그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징계처분을 무효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8. 11. 27. 선고 97누14132 판결 등). 즉, 판례는 실제 징계절차 운영에 있어서 형식적인 규정이 있는지를 매우 중요시한다. 따라서 너무 복잡한 징계절차를 규정할 필요는 없으며, 단순하고도 명확한 징계절차를 규정하는 것이 근로자에게나 사용자에게 상호 유리한 경우가 많다.
소명의 기회는 대부분 징계위원회 절차 내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징계대상자에게 징계위원회에 참석할 것을 통지하여야 하며, 그 통지는 적절한 기한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징계대상자가 충분한 소명 준비를 통해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징계위원회 개최 며칠 전까지 징계대상자에게 통지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한 경우에는 해당 기한까지 통지를 하여야 하며 만약 해당 기한까지 통지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징계위원회를 강행한 경우에는 해당 징계는 무효가 된다(대법원 1991. 11. 26. 선고 91다22070 판결). 소명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규정은 있으나, 그 사전통보 시기에 관한 규정은 없는 경우, 소명자료를 준비할 만한 상당한 기간을 두고 개최일시와 장소를 통보하여야 하며, 이러한 변명과 소명자료를 준비할 만한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촉박하게 이루어진 통보는 실질적으로 변명과 소명자료제출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위 취업규칙이나 징계규정이 규정한 사전통보의 취지를 몰각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판례는 이러한 관점에서 30분 전(대법원 1991. 7. 9. 선고 90다8077 판결), 1시간 50분 전(대법원 1991. 7. 23. 선고 91다13731 판결)에 통지한 경우를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다만 판례는 하루나 이틀 전에 통지한 경우에는 그 적법성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6. 6. 15. 선고 2003두5600 판결, 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다27518 판결 등). 사전통보는 반드시 서면통보가 아니라 하더라도 구두, 전화, 전언 등의 방법으로 그 내용이 근로자에게 전달된다면 무방하며 구두로 통보할 경우에도 반드시 징계혐의자 본인에게 직접 통보되어야 한다고 할 필요는 없다(대법원 1992. 7. 14. 선고 91누9961 판결).
법적인 정당성을 평가함에 있어서는 실체적 정당성은 물론 절차적 정당성이 매우 중요하다. 논자에 따라서는 절차적 정당성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며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향성은 노동법의 영역에서는 예외는 아니며, 특히 해고의 정당성을 다툴 때는 더욱 그러하다. 기업의 징계절차 실무가 더욱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