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순식간에 늘며 6차 대유행이 본격화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다음달 중순 최대 28만 명의 확진자가 쏟아질 것이라며 당초 예측치를 수정했다. 문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사실상 유일한 방역 카드인 4차 백신 접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사적모임, 영업시간 제한 같은 거리두기를 부활시키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정부가 ‘방역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달 28만 명…‘쌍봉형’ 곡선 예상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8월 중순이나 말에 하루 20만~28만 명으로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치를 19일 내놓았다. 9월 말 18만~2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던 예측을 불과 1주일 만에 바꾼 것이다. 그만큼 재유행 ‘속도’와 ‘규모’가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최근 증가세는 이전 5차 오미크론 유행과 구분되는 새로운 유행”이라고 했다. 18일 확진자는 7만3582명을 기록했다. 전날의 2.8배, 1주일 전의 1.97배로 급증한 것이다.
확산세를 부추기는 건 오미크론 세부변이인 BA.5다.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BA.5는 국내에서도 우세종이 됐다. 7월 둘째주 BA.5 합산 검출률은 52%였다. BA.5는 전파력이 센 동시에 감염이나 백신 접종으로 형성된 면역을 회피하는 성질을 지녔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해외에서 유입이 지속해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어 확진자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켄타우로스 변이로 불리는 BA.2.75에도 주목하고 있다. BA.5보다 전파력이 세고 면역회피 능력도 더 크다. 이 때문에 BA.5가 주도하는 한 차례의 정점 이후 BA.2.75로 인한 또 다른 정점이 나타나는 ‘쌍봉형 유행’이 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체 유행의 규모가 커지고 기간은 길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낮은 접종률…갈 길 먼 ‘4차 접종’본격적인 이동량이 증가하고 인기 피서지에 인구가 밀집하는 여름방학과 휴가철이 시작된 것도 대유행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백신 접종과 자연 감염으로 획득한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와도 맞물린다. 정부는 4차 접종 대상을 50대 이상 등으로 확대했다. 사실상 정부가 쓸 수 있는 유일한 ‘방역 카드’다.
하지만 50대 접종이 지지부진하다. 19일 기준 4차 접종자는 누적 475만253명으로 전 국민의 9.3%에 불과하다. 50대 4차 접종 첫날이던 18일 신규 예약자는 13만1482명으로 전체 50대의 1.5%에 그쳤다.
50대는 고령층에 비해 코로나19 치명률이 훨씬 낮다는 점이 접종 참여율이 낮은 이유라는 분석이다. 50대의 치명률은 0.04%로 80대(2.68%), 70대(0.64%), 60대(0.15%)에 비해 낮다. 현재 접종 중인 백신의 변이 예방률이 30% 안팎으로 낮은 것도 이유로 꼽힌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백신과 치료제는 위중증화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예방접종을 받아달라”고 권고했다. 자율에 맡긴 과학방역 한계의료계는 유행 속도가 정부 예측보다 더 빠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검사를 안 받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치명률은 0.13%로 아직 낮지만 유행이 길어지면 사망자가 증가할 수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제는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데 주력할 때”라며 “정부는 백신 접종에 매달리기보다는 치료제를 초기에 적극 투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유행을 3년째 겪으며 국민들의 피로가 쌓인 데다 경각심도 느슨해졌다. 과거처럼 강도 높은 거리두기를 다시 시행하기도 어렵다. 구체적인 조치 없이 개인 자율에 맡기는 정부의 기조가 확진자 급증 국면에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남정민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