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작가들이 영미 문학계의 ‘뜨는 별’이 되고 있다. 한국산 영화, 드라마, 책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계 작가들의 위상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한국계 캐나다 작가이자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앤 신은 첫 소설 《마지막 망명자(The Last Exiles)》로 캐나다 온타리오주 정부가 수여하는 트릴리움 문학상을 받았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앨리스 먼로와 마거릿 앳우드, 부커상 수상자인 마이클 온다체 등이 받은 권위 있는 상이다.
책은 북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가문의 계급 차이로 괴로워하던 이들은 마침 북한에 기근이 닥치자 더 나은 세상을 찾아 탈출을 시도한다. 실제 탈북자들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탈북자’를 직접 찍은 저자가 그때의 경험을 살려 생생하게 그렸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순 와일리의 첫 소설 《우리가 무너졌을 때(When We Fell Apart)》는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에 긴 서평이 실렸다. 올해의 책 후보로도 꼽히고 있다. 서울의 한 대기업에서 일하는 한국계 미국인 ‘민’이 주인공이다. 항상 당차고 행복해 보였던 여자친구 ‘유진’의 자살에 충격을 받고 원인 찾기에 나서는 스토리다.
부모의 높은 기대에 괴로워하는 한국 학생들, 이중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한국계 미국인의 모습은 작가의 경험을 반영했다. 미국 대학을 졸업한 그는 한국에 와 오전 8시에 수업을 시작하는 사립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일했다. 그의 한국 이름 ‘순남’은 너무 옛날 이름이었다. 보통의 한국인처럼 섞여 살기엔 이름도, 외모도 튀었다.
한국계 미국 작가 조셉 한은 《핵 가족(Nuclear Family》으로 미국 국립도서재단이 선정하는 ‘올해의 35세 미만 소설가’에 이름을 올렸다. 하와이에 사는 한인 가족의 이야기다. 장남이 비무장지대를 넘어 북한으로 가려다 한국 정부에 붙잡히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