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펜션 숙박 예약을 하루 전에 취소해도 100% 환불해주는 서비스에 나선다.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양분하고 있는 국내 여행 플랫폼 시장에 본격 참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일단 시장 점유율을 단번에 올리는 것부터 시작하는 전형적인 쿠팡 식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행 사업 본격 확대하는 쿠팡
이철웅 쿠팡 트래블 총괄디렉터는 “여행에 대한 고객의 가장 큰 불만은 취소, 환불에 관한 것”이라며 “소비자가 마음 편히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환불 보장 서비스를 준비했다”고 19일 말했다. 여행업계는 이번 쿠팡 트래블 서비스가 다른 숙박 플랫폼에 비해 상당히 파격적이라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펜션은 업주 사정에 따라 환불 규정이 제각각”이라며 “숙박 플랫폼에서 쿠팡과 같은 서비스를 시행한 적은 없다”고 했다.
환불 보장 서비스가 적용되는 대상은 쿠팡 트래블에 입점한 6000여 개 펜션 상품이다. 숙박 플랫폼은 소비자가 플랫폼을 통해 펜션을 예약하면 돈이 우선 플랫폼사에 입금되고, 숙박 일정이 끝난 뒤 하루나 이틀 뒤 펜션 업주에게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이 전달되는 구조로 운영된다.
쿠팡은 이런 과정에서 예약이 취소되더라도 펜션 업주에게 판매 예정 금액을 입금해줄 방침이다. 숙박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100% 환불 서비스를 시행한다면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2010년 출범 때부터 트래블 전용관을 개설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서비스 확대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숙박 등 여행업이 워낙 민원이 많은 분야여서 자칫 트래블 서비스가 쿠팡의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혁신이냐, 생태계 교란이냐쿠팡이 트래블 등 그간 지지부진했던 ‘미운 오리’에 눈을 돌리게 된 데엔 재무구조 개선이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약 22조원의 매출을 거둔 쿠팡은 올해 핵심 사업인 상품 유통(리테일) 부문에서 사상 첫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 트래블의 이번 서비스가 배달 시장에서처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관측이 엇갈린다. 100% 환불에도 불구하고, 다른 숙박 플랫폼과 동일한 가격에 펜션 상품을 팔 수 있다면 쿠팡 트래블이 다크호스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긍정론이 있다. 쿠팡 트래블 관계자는 “100% 환불 보장 상품은 기존의 경쟁력 있는 가격 그대로, 위약금 부담 없이 유동적인 여행 스케줄 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고객 경험을 긍정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태계 전체를 교란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여러 군데 펜션을 예약해놓고 하루 전 최종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아질 경우 휴가철 펜션 예약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대표적이다.
일부 펜션 업주가 쿠팡의 환불 서비스를 악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방 하나에 예약을 여러 개 받아 놓고, 소비자에게 취소를 종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쿠팡 트래블이 이런 시장 교란 행위를 걸러내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수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펜션 업주들이 쿠팡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늘어나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를 2%가량 올린다는 공지가 펜션업체들에 통보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